한국일보

기자의 눈/ 제2의 LA폭동 사태 발생 않기를

2012-0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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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사회 1팀 기자)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최근 텍사스주 달라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인주인이 흑인손님에게 내뱉은 이 한마디가 한인과 흑인간의 인종차별사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인의 인종 관련 발언에 자극받은 현지 흑인사회가 한인업소 불매운동 등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경찰도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인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이 사건이 제2의 LA폭동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며 조심스럽게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 살면서 우린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이고 출신국가와 인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크나큰 벽이다. 때로는 보이지 않게, 또 때로는 드러내놓고 겪게 되는 이러한 차별들은 가끔 치욕에 가깝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차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무슨 일에도 더 많은 노력과 진심을 기울이게 된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지인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달라스사건 얘기가 자연스럽게 화두로 나왔다. 한 쪽은 흑인 손님이 먼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말하며 자극했기 때문에 한인 주인의 언행은 당연했다며 옹호하는 입장이었고, 다른 한쪽은 사건의 발단이 된 10달러 미만의 카드결제 금지는 너무했다는 입장이었다. 열띤 토론이 한참 진행되는 가운데 한 지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던 그 분은 ‘방을 보고 싶다’며 찾아온 몇몇 흑인에게 ‘이미 계약이 됐다’는 거짓말로 그냥 돌려보냈다고 고백 같은 말을 늘어놓았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달라스의 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먼저 우리 마음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인종차별의 허물을 벗어내는 노력이 우선돼야 하는 게 아닐까. 올해는 LA 폭동사건이 발생한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인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통해 얻은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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