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솟아오를 자유

2012-0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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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면서 배우면서

신문의 특종기사가 눈길을 끈다.

그런가 하면 추적기사는 궁금증을 풀어준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알고 싶던 일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행방 불명이던 어린이는 찾았을까, 물난리의 이재민은 안정되었을까, 서로 옳다고 주장하던 장기간의 노동쟁의는 어떻게 결말을 냈을까... 등은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도 알고 싶은 일들이다.

이와 달리 장기간 뇌리를 떠나지 않고 남아있는 궁금한 일들도 있다. 따라오는 화염을 뒤로하고 벌거벗은 채 양팔을 벌리고 달려오던 베트남의 소녀, 달에 처음으로 인간의 발자국을 남긴 암스트롱, 코를 잃은 아프가니스탄 소녀, 히말라야산에 오르다 행방불명이 된 산악인들, 다섯 쌍둥이의 성장, 쓰나미가 지나간 후에 일어난 원전사고... 등 막연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추
적기사다.

그 중의 하나가 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오프라 윈프리가 세운 여자고등학교 즉 리더십 아카데미다. 그녀가 막대한 금액으로 이 학교를 세울 때 양쪽에서 비난을 받았다. 왜 미국이 아닌 그 나라인가, 왜 남자가 아닌 여자에게 기회를 주는가. 그런 분위기에 위축될 그녀가 아니었다.

그 학교 75명의 여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였다. 그러다가 2012년 정월 72명이 졸업을 하였고, 그들은 미국이나 여러 나라 대학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여자에게는 전연 공부를 시키지 않으며 그저 자녀를 낳으면 된다는 그 나라에 처음으로 교육받은 여성들이 탄생한 것이다.


한동안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는 그 학교 교육의 성패가 염려되었지만, 그녀의 굳은 의지는 드디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는 다른 나라를 변화시킨 예이다.

변화는 영원한 것이며 한순간의 불꽃놀이 같은 변화와 새로운 불씨가 꾸준히 이어지는 변화가 있다. 두 가지가 다 우리 생활 양상을 바꾼다.

짧게, 길게, 부분적으로 종합적으로.사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소질을 바탕으로 자라나는 과정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와 교사라고 생각한다.

같이 생활하면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서서히 스며드는 영향력이다. 그래서 가끔 그들은 부모와 교사의 일부분인 양 행동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교사는 담당 학생의 근황을 알게되면 기쁘다. 자신의 영향을 다소 받았을 학생들의 성장하는 모습에서 교육 효과의 유무와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심리학교실에서 어떤 테스트에 응한 학생들을 10년 후에 다시 찾아서 현황을 체크한 결과를 보여주었을 때 부러웠다.

움직이는 것, 변화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그 자체가 아니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의 번거로움을 멀리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일단 변화를 받아들이면 새로움, 즐거움, 활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귀찮다고 지레짐작한다. 이것을 없애는 것이 굳은 의지며, 왕성한 실천력이다.

새해는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실감이 나지 않겠나. 아 집안 디자인이 달라졌네, 아 학교 커리큘럼이 다양해졌네, 아 길거리에 벽화가 생겼네, 저기 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네, 저 애는 머리를 길게 느렸네, 나는 무엇을 바꿀까. 겉모습뿐이 아니고...아, 친구를 많이 사귀겠다. 이런 것이 모여 새 해이다.


첫째는 변화가 귀찮거나 두려움이 아니다. 둘째, 변화는 새로운 활력을 준다. 셋째, 변화는 삶의 폭을 넓힌다. 넷째, 변화는 다양한 친구를 사귄다. 다섯째, 변화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렇다면 변화를 멀리 할 이유가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리더십 아카데미 여성 교육기관으로 많은 변화를 창출하였다. 설립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그들의 졸업식에서 ‘솟아오를 자유’를 구가하라고 축사를 하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솟아오를 자유가 있어서 창공은 한없이 드높다. 솟아오르는 에너지는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얻고, 그룹의 변화는 여럿의 발상으로 얻고, 나라의 변화는 하나하나의 아이디어가 모여 얻게 된다. 변화는 솟아오를 자유를 만끽하면서 얻게 된다.

허병렬 (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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