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시무시한 갱들의 전쟁에 휩쓸려…

2012-01-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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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소녀의 눈으로 본 멕시코 마약범죄 스릴러

▶ 미스 발라 (Miss Bala) ★★★½(5개 만점)

무시무시한 갱들의 전쟁에 휩쓸려…

라우라가 갱의 총격전을 피해 침대 밑으로 피신하고 있다.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갔다가 마약딜러들의 전쟁에 휩쓸려 들어간 순진무구한 멕시코 10대 소녀의 지옥 방문기로 멕시코영화다. 멕시코의 빈민층의 삶과 함께 마약 갱의 무차별 살육 그리고 경찰의 부패 등 멕시코 사회상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매우 사실적인 작품이다.

박력 있고 가차 없는 액션이 작렬하는 스릴러로 헤라르도 나라뇨 감독의 연출 솜씨가 매우 확실하고 차분하다. 그는 범죄 스릴러를 흥분하지 않고 일종의 목격자로서 냉정하게 관찰하면서 속도감과 함께 느슨하지 않고 초점을 잘 맞춰 서술하고 있다.

촬영도 좋고 전직 모델로 이 영화로 데뷔한 주인공 역의 스테파니 시그만도 혼신의 기력을 다해 죽을 고생을 하는 연약한 여자의 연기를 잘 소화한다.


멕시코의 바하 캘리포니아의 가난한 집에서 아버지와 어린 남동생과 함께 사는 틴에이저 라우라 게레로(시그만)는 또래들처럼 도시와 부와 명성을 동경하는 순진한 소녀. 라우라는 친구 수수의 권유에 따라 둘이 함께 미스 바하 캘리포니아에 나가기 위해 티화나로 떠난다.

미의 왕관을 쓰면 돈과 명성이 따르리라는 꿈을 품고. 그러나 이런 꿈은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으로 악몽이 되고 만다.

라우라는 수수와 함께 미 연방 마약단속반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바에 들르는데 마약 갱조직 ‘스타’의 기관총으로 중무장하고 복면을 한 무뢰한들이 바를 습격, 무차별 살육을 자행한다(액션 신이 강건하고 세련됐다). 라우라는 이 살육전에 살아남지만 와중에 수수와 헤어진다.

라우라는 도움을 청하려고 경찰을 찾아가는데 부패한 경찰이 수수를 찾아주기는커녕 라우라를 곧바로 ‘스타’의 두목 리노(노에 에르난데스)에게 데려간다.

한편 라우라에게 변태적인 매력을 느끼는 리노는 라우라를 자기 사업의 일꾼이자 자기가 노리는 정부 관리를 유혹하는 미끼로 사용한다. 라우라의 몸에 현찰을 테입으로 감아 운반시키는가 하면 라우라의 용모와 육체를 이용, 암살할 목표물의 미끼로 던진다.

대신 리노는 압력을 넣어 라우라를 미녀대회에서 우승케 하는데 총격과 살육의 들판에서 행해지는 초라한 미녀대회가 거의 코믹할 지경이다. 그래서 제목이 ‘미스 총알’을 뜻한다.

별로 배운 것도 없고 똑똑하지도 못한 라우라는 기를 쓰고 여러 차례 탈출을 시도하나 그 때마다 붙잡히지만 리노는 매번 라우라를 용서한다. 그리고 자기 뜻과는 달리 갱의 한 무리가 된 라우라는 경찰로부터도 쫓기면서 갈수록 더 위험한 지경에 빠져 허덕인다.

영화는 라우라의 눈으로 본 멕시칸 마약범죄와 부패 그리고 갱 전쟁으로 폭발적인 액션과 드라마가 잘 배합돼 단순한 액션 스릴러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R. Fox Searchlight.
차이니즈(323-464-8111), 웨스트우드 리전트(310-281-8223),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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