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브 잡스와 소크라테스

2012-01-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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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작년에 작고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애플답게 한 것은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이라며 “나에게 소크라스테스와 한 끼 식사 할 기회를 준다면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그 식사와 바꾸겠다”는 말을 했었다.전 세계에 IT 혁명을 불러온 스티브 잡스의 이 말은 오늘날 기술이 단순히 기술적인 노력에 의해 나타난 결과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와 의미가 기본으로 천천히 가지만 상상력과 창조력을 선사한다. “항상 갈망하면서 우직하게 머무르라”는 잡스가 남긴 말에서 그가 왜 소크라테스와의 점심이 그의 모든 창의적 기술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말은 미국이나 한국은 물론 현대에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가 없다는 말과도 통한다. 철학 부재의 시대에 소크라테스의 어떤 점이 후세들에게 본보기를 주는 것일까. 그리스 철학은 2,500여년 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등장으로 찬란한 영광의 시대를 누렸다. 그 당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이 지금도 여전히 전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이 말 한마디에 좀 더 소크라테스에 대해 알고 싶어서 ‘플라톤의 대화’를 읽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 ‘파이돈’ 중에서 ‘크리톤-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는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어렸을 때부터 친구로 부유하고 강직한 농민이다. 델로스 섬의 아폴론 신에게 제사를 태워 보낸 배가 돌아오면 소크라테스의 사형이 집행된다. 그 배가 아테네로 돌
아오게 된 날 새벽, 크리톤은 몰래 감옥 안 소크라테스의 머리맡에 선다.

그는 모든 준비가 되어있으니 국외로 망명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이를 물리친다. 그에게 있어서는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잘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인지 한 대목만 소개한다.

“우리가 남에게 무슨 일을 당하건, 부정을 부정으로 갚아서는 안되고 해를 끼쳐서도 안돼.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부정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또 부정으로 갚은 것은 옳지 않으며 남이 나에게 해악을 끼쳤을 때 그 보복으로 악을 행하면서까지 자기를 방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나라가 나에게 부정을 했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하여 국법을 무시하고 탈주하려는 것은 국법아래 살기로 한 동의와 약속을 어기는 일, 또한 국법을 깨뜨려 자신이 탈출하는데 도움을 준 친구들도 국외로 추방되고 재산을 빼앗기고, 설사 남의 나라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귀한 것은 덕과 정의와 질서와 국법이라고 더 이상 얘기할 수 있겠는가?”

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탈옥을 권하는 크리톤에게 천천히 묻고 답하며 왜 탈옥해서는 안되는 가에 대해 그를 설득해 나간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BC 399년 ‘청년들을 부패시킨다’는 누명을 쓰고 독배를 마신다. 이 ‘크리톤’을 읽으면 그래, 이런 사람이 있어서 그리스가 유지되었지, 오늘날의 사회에도 이런 사람이 필요해, 소크라테스 같은 사람 몇 명만 있었으면 하고 원하게 된다.하지만 소크라테스와 같은 철학자가 나오기가 어디 쉬운가? 문화 교양적 소양을 갖춘 사람으로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 옳게 사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쩨쩨하고 비겁하게, 혹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위해 이기적으로 살다가는 것이 당연시 되어가는 요즘 세상 아닌가. 그러나 한인사회 인물들을 취재하면서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구나 하고 느낄 때 그 존재가 참으로 소중하고 고맙다. 앞에 나서지 않지만 뒤에서 후세를 위해 일하는 분들이다. 자기의 사명이 무엇인 지 확실히 알고 간 소크라테스처럼, 올해에는 옳게 살려는 그런 분들이
좀더 한인사회에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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