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홍글씨’의 역설

2012-0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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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교육가/수필가)
사람들은 그 동안 자기가 읽은 책 가운데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물론 이 나이에 이르도록 숱하게 많은 책을 읽었지만 젊었을 때 읽은 인상 깊었던 책들이 나의 심금을 울려주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폴레옹은 전화속에서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7번이나 읽었다지만, 크리스챤인 나에게 그토록 인상 깊었던 ‘주홍글씨’를 나는 겨우 두 세번 밖에 읽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주홍글씨’는 17세기 중엽, 청교도의 식민지 뉴 잉글랜드 보스턴에서 일어난 일이다. 일찍이 늙은 의사 칠링워드와 결혼한 여주인공 헤스터프린은 철저한 칼빈주의를 신봉하여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청년 목사 딤즈데일 (Arthur Dimmesdale)과 불의의 관계를 맺어 ‘Pearl’이라는 사생아를 낳게 된다. 그 시대의 간통은 엄청난 죄로써 Adultery(간통)의 약자인 ‘A’자를
가슴에 달고 일생을 살라는 형을 선고 받는다. 그녀는 상대가 누구인가를 밝히라는 모진 심문에도 꿋꿋이 버티고 목사의 이름을 대지 않고 결국은 혼자서 그 형벌을 감수한다.

딤즈데일 목사는 그 고장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인물로서, 사람들에게 죄를 짓지말고 정직하게 살라는 설교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죄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면적으로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며 생활한다. 결국 7여년이란 긴 세월동안 고통을 감수하다가 그는 새로 부임한 지사의 취임식날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멋진 설교를 마치고 그 고장의 처형대에서 ‘헤스터’와 그의 딸 ‘펄’을 불러놓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숨을 거둔다.


책을 읽는 동안 어린 나의 마음을 그토록 사로잡았던 것은 딤즈데일 목사가 양심의 가책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학을 하면 할수록, 그의 설교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명 설교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형을 마치고 나온 헤스터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단 채, 자기보다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존경하게 되고 ‘A’자는 결국 천사(Angels)의 머리글자로 일컬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기원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영국의 청교도(Pilgrim Father)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교도 지도자들은 영국 지배자들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서 미 대륙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삼아 가족들을 모두 거느리고 머나 먼 대서양을 건너왔다. 그들은 악전고투 끝에 이 나라를 기독교 국가로 우뚝 세워 놓았다. 세계 각 나라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이곳
에 정착한 이민자로 구성된 국가가 되었다. 그 중의 하나인 우리들도 얼마나 이 나라를 동경하고 그리워하며 이곳에 정착했던가.

기독교 국가에서 기독교인의 설 땅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득 생각해 본다. 지금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주홍글씨’의 저자 나다니엘 호손도 이 같은 사실을 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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