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창조적 고난

2012-01-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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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예기치 않는 고난(suffering)을 겪는다. 이 고난을 긍정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절망의 나락 가운데 빠져 허덕이게 되고 때로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고난을 긍정적인 태도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사람에겐 고난이 오히려 성장과 도약의 계기가 된다. 고난이 그냥 고난으로 끝나지 않고 창조성과 깊은 관계를 맺게 될 때 이것을 “창조적 고난
(creative suffering)”이라고 한다. 창조적 고난의 공식이 성립되려면 첫째, 고난에 대한 긍정적 믿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고난에 대한 강한 인내의 정신이 요구된다. 셋째, 고난을 뛰어 넘을 수 있는 강렬한 꿈과 비전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태도를 가지고 고난과 맞부딪칠 때 누구나 ‘창조적 고난’을 경험하는 비범한 인물이 된다.

대표적인 사람이 아브라함 링컨이다. 링컨은 태어나서부터 청년기에 이르는 동안 내내 고난과 시련의 연속 속에서 살았다. 그의 아버지 토마스는 술 주정뱅이였고 자식의 장래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이 없는 단순한 농부에 불과했다. 그래서 링컨은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링컨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고난에서 헤어나 보려고 타향으로 나가 친구와 동업하다가 친구의 배반으로 큰 빚을 졌고, 그 빚을 갚으려고 17년 동안 매우 어렵게 살았다. 더욱이 청년 때에는 가장 사랑했던 약혼자를 잃는 상처를 입고 중증 우울증 환자가 되었다. 공직에 관심이 있어 출마하였으나 17번이나 고배를 마시는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링컨은 고난으로 점철된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난에 직면할 때 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신앙의 힘으로 대처했다. 그는 언제나 고난을 “하나님의 가장된 축복(a blessing of God in disguise)”이라고 생각했다. 마침내 그는 미국 제17대 대통령이 되었고, 미국을 남북의 분열 가운데서 건져내고 노예해방을 선포하고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는 위대한 리더가 되었다. 고난이 있었으므로 링컨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구약 성경을 보면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바란 광야 가데스 바네아에서 가나안을 정탐하고 돌아온 정탐꾼의 보고를 듣고 난 후 갑자기 두려워 떨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이상한 사건이 있었다(민수기 13-14장). 왜 그처럼 용맹스럽던 이스라엘 백성이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패배자가 되었는가. 그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고난이 두려워서다. 그들이 그 자리에 머물러 현상유지하고 있으면 편안하고 안전하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하늘에서 메추라기와 만나가 내린다. 반석에서 생수가 솟아 나온다. 그러나 가나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다가오는 고난을 피할 수 없다. 생명을 거는 전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 중 다수는 모험을 거부하고 그 자리에 편하게 살다가
죽는 ‘no risk’의 삶을 택했던 것이다.

누가 리더인가. ‘창조적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다. 성경에 나오는 요셉, 모세, 다윗, 바울 같은 위대한 인물을 보라. 그들에겐 다 고난이 있었다. 만약 그들에게 꿈만 있고 그 꿈을 연단하고 강화시키는 고난과 시련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이 이름만 리더이지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 일으키는 참 리더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윌리엄 펜은 늘 말했다.
“No Cross, No Cr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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