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글로벌 시대의 여인천하

2012-01-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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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 (의사)
아이와 코커스 첫 경선에서 유일한 여성 미대선 후보였던 미셸 바크만이 꽃잎처럼 떨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벌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지금은 오는 1월21일 미대선 격전지 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미 온통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은 공화당 미대선 후보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들은 표밭을 누비고 다니고 있다. 마치 사냥감을 잡아야 하는 수렵시대의 남자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남자들의 DNA 속에 수렵시대 먹이를 찾아다니는 공격적인 본능이 각인되어 있는 남성 호르몬 시대를 연출하는 것 같다. 그러나 IT시대는 불행하게도 더 이상 수렵시대의 날렵함과 영웅호걸 시대의 전투력도 그다지 필요 없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큰 몸집과 근육이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감지하고 움직이는 정보화 사회 속에 살게 된 슬픈 현실 때문이다.

수천 년의 영토쟁탈과 종족, 종교와 이념갈등으로 찢어진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어머니, 할머니 같은 여성 정치인들의 몫이 되었다. 지금 글로벌 시대에는 16개국 정상이 여성대통령이며 총리로 눈부신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정치무대를 여성 대통령들이 역전시키고 있다. 인도 첫 여성 대통령인 프라티바 파틸은 75세로 손자의 재롱을 보고 있을 나이다. 하지만 그녀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수많은 다른 언어와 종족의 12억 이상의 인구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아이러니컬하게 미국은 아직도 여성 정치인들은 유리천정을 깨지 못하고 있다. 21세의 리더십은 근육이 울퉁불퉁한 남성 호르몬 시대가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고 양육하는 모성애의 리더십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2011년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nson sirleaf) 이다. 첫 여성대통령으로 두 번째 임기를 재직하고 있다. 올해 세계은행에서 근무한 경력과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경제 전문가이다. 그녀는 74세로 군사정권과 싸우며 투옥과 망명을 반복한 민주투사로 여려 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다. 그 어떤 카리스마가 넘치는 젊은 정치인이라도 그녀의 눈물과 땀으로 점철된 긴 정치경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녀는 14년이나 계속된 내전으로 피로 물들었던 찢어진 검은 대륙의 상처와 빈곤퇴치, 인권을 회복하는 막중한 일을 떠맡고 있다.

여성 정치인들은 부드러운 전략으로 불도저 같은 공격성을 뛰어넘고 있다. 아줌마 같은 여성 대통령들이 글로벌 촌의 곳곳에서 고고행진하고 있다 남미의 퇴임한 부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칠레의 바첼레트 대통령,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성 대통령 그리고 북유럽 핀란드의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 ,유럽의 아일랜드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 등이 모두 여성 대통령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 반대편 아시아를 바라보면 정치풍토는 뒤떨어져 있다. 탈 식민지 근대사에서 아시아 여성 정치인들의 입문의 배경은 아직도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높은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간 경우이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 인도네시아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그녀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의 딸이다. 인도 총리 네루의 딸이었던 인디라 간디도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정치에 입문하였고 그녀의 아들과 측근으로 권력은 이어지는 얼룩진 근대사였다.

이제 아시아 여성들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실력을 지닌 정치인으로 거듭 다시 태어나야 한다. 철의 여인으로 남자들과 처절한 투쟁을 벌였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총리도 이미 낡은 시대다. 이제는 남자 같은 부자연스러운 흉내를 내지 않아도 된다. 남자들은 경쟁관계로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수직관계를 만들어간다. 지금은 이러한 힘의 논리보다는 타인관계를 타협으로 공존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닭이 알을 보듬어주는 여성 본능의 시대가 열리고 있
다. 그래서 21세기 글로벌시대의 여인천하의 시대가 개막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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