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행복은 마음에서 온다

2012-01-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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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노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그만 살아야지,” “빨리 죽어야지,” “더 살아서 뭐해” 따위 이다. 이런 ‘공인받은 거짓말’에 속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부분 노인들의 속마음은 알고보면 모두 오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 중에는 조금만 더 살게 해준다면 자신의 재산을 몽땅 내놓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의학과 기계문명의 발달 덕분에 인간의 평균수명이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의 거짓말은 점점 더 설 땅을 잃어간다. 요즘은 누구나 음식조절에 신경 쓰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몸을 잘 관리하면 80~90세를 거뜬히 사는 시대다. 한국의 통계청은 지난해 태어난 아기들이 평균 80.8세까지 살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0년 전에 출생한 아기보다 5년 가까이 더 사는 셈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장수 노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구촌 나라별로 노인들의 복지문제가 큰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오복의 첫째가 장수(長壽)였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지금은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삶 자체가 행복하지 않다면 짧게 사느니만 못하다. 이는 노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나 사회 환경면에서 너무 복잡하고 힘들기 때문에 행복한 날들보다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날이 더 많다.

벨기에 마스트리흐트 대학교의 경제학교수 베르 반 랑드흐헴이 최근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45세 전후 세대들이 가장 불행한 삶을 영위한다. 이는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란다. 50대가 되면 이 책임감에서 해방돼 인생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면서 20대에 맛보았던 삶의 맛을 다시 되찾기 시작하며, 더 나이가 들어 다시 삶에 행복감을 맛보게 된다. 이것은 마음속에서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배우고 받아들여서 만족하기 때문이라고 랑드흐헴은 분석했다.


삶의 연륜이 노년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지난달 영국 런던대학의 루이스 월퍼트 교수(생물학)가 내놓은 ‘당신은 참 좋아 보이네요(You’re looking very well)’ 라는 저서에서 잘 드러나 있다. 월퍼트 교수는 인생의 행복은 80세 즈음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음을 비우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데 있다고 월퍼트 교수는 강조했다.대부분의 노인들은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100세에 첫 시집을 내놓은 할머니가 그랬고, 102세까지 시카고 교외의 한 제품 보관창고에서 설비점검과 우편물 취합업무를 반세기 동안 맡아 하다가 은퇴한 할아버지가 그랬다. 이들은 “늘 무언가 보람을 찾아 열심히 일해왔다”고 말했다. 진정한 삶의 행복과 장수는 긍정적인 마음과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돈, 좋은 집, 좋은 차 때문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무조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겸허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열심히 노력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물질보다는 마음에서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위스콘신 매디슨대학 토마스 드래르 교수와 시카고대학 애리얼 카릴 교수가 국립 건강 및 은퇴 연구센터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냉장고, 가구, 자동차, 주택 등의 구입은 소비자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여행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얻는 만족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스님도 “사람은 가진 것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며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그래서 부자가 되기보다는 덕을 닦으면서 가능한 잘 사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운은 스스로 좋다고 믿을 때 찾아온다는 의미다. 남이 가진 떡, 놓친 고기 등에 연연하지 않고 자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 자신의 생이 길고 굵은 삶으로 행복하게 장식될 수 있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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