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찾아”

2012-01-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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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테러로 숨진 아버지를 향한 소년의 성장기

▶ 익스트림리 라우드 앤 인크레더블리 클로스 (Extremely Loud & Incredibly Close) ★★★(5개 만점)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찾아”

오스카(토마스 혼)와 아버지(탐 행스)가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9.11 테러가 남긴 상실과 좌절감과 분노 같은 후유증을 조숙한 소년의 눈과 경험을 통해 고찰한 드라마로 ‘당신은 그 때 어디에서 무엇을 했습니까’라고 묻고 있다.

아버지를 테러로 잃은 소년이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면서 아버지가 남긴 열쇠를 통해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찾다가 또 하나의 가족을 얻게 되는 소년의 성장기이자 오디세이다.

원작은 새프란 포어의 동명소설. 매우 민감하고 진지한 주제가 터무니없이 황당무계하고 또 얘기를 억지로 꾸며대는 식으로 처리된 데다가 지나치게 감상적이요 설교조여서 거부감이 들 정도다.


영화에는 두 수퍼스타 탐 행스와 샌드라 불락이 나오지만 주인공은 11세의 소년 오스카 역을 맡은 토마스 혼. 그런데 실제로 꼬마 천재인 혼이 표현한 오스카는 조숙한 정도가 한참 지나쳐 보는 사람의 신경을 거슬릴 정도. 소년의 순진성 대신 애어른을 보는 것 같다.

뉴욕에 사는 오스카는 자기가 특별히 사랑하는 보석상인 아버지 토마스(행스)를 9.11 테러로 잃은 뒤 깊은 상실감과 슬픔에 빠져 산다.

오스카는 굉장히 총명한 아이인 반면 타인과의 관계가 전연 없다시피 한데 무슨 일을 시작하면 그것에 집착해 반드시 끝을 내야 한다. 영화에선 그를 일종의 증후군 환자로 묘사한다.

그런데 오스카는 9월11일 학교에서 일찍 귀가한 뒤 아버지가 트윈타워에서 6번이나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길 때 수화기를 들지 않은 것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한다.

유난히 아버지와 관계가 가까웠던 오스카는 아버지를 잃은 뒤로 자기를 사랑하고 염려하는 어머니 린다(불락)를 거의 무시하다시피 한다. 린다는 자기가 아들과 남편 간에 맺어졌던 특별한 관계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음을 알고 괴로워한다.

어느 날 오스카는 아버지가 꽃병에 보관해둔 열쇠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이 열쇠가 열 자물쇠를 찾기로 한다. 오스카는 자물쇠를 열면 그 안에 아버지가 자기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스카는 열쇠가 담겼던 봉투에 쓰인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아버지와의 관계를 묻기 위해 뉴욕을 샅샅이 뒤지고 다닌다. 등에는 배낭을 지고 손에는 자기 신경을 다독여 줄 탬버린을 든 채 ‘블랙’의 집의 문을 두드린다.


오스카는 각양각색의 ‘블랙’들을 만나는데 그 중에 잠깐이지만 뚜렷이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오스카가 맨 처음에 찾아간 애비 블랙(‘헬프’의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캐미오로 나와 통절한 연기를 한다). 오스카가 만나는 나머지 여러 ‘블랙’들의 모습은 재미있게 몽타주로 묘사된다.

뒤에 오스카의 뉴욕 오디세이에 동반하는 사람이 오스카의 할머니 집에 세든 나이 먹은 정체불명의 말 못하는 남자(맥스 본 시도가 고요하고 심오한 연기를 한다). 둘은 노트에 글을 써 대화를 하면서 ‘블랙’ 찾기 여정에 나선다.

진실은 먼데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현대판 우화로 촬영과 음악이 좋다. 스티븐 달드리(‘아워즈’와 ‘리더’) 감독.

PG-13. WB.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센추리15(888-AMC-4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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