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엔 낭보 넘쳤으면

2012-0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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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 영(주필)
세월이 참 빠르다. 한 일도 별로 없이 1년을 보내고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는 성경 구절처럼 2011년의 모든 일이 역사 속에 묻혔다. 이젠 지난 365일 동안 쌓인 일상의 침전물들을 쏟아버리고, 우리 앞에 펼쳐지는 백지상태의 하루하루를 새로운 계획과 각오로 채워갈 출발점에 서있다.세상만사는 양면성이 있게 마련이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고, 겨울이 있으면 여름이 있고, 슬픔이 있으면 기쁨이 있고, 절망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 이런 양면성 속에 2012년 한해도 한국일보는 한인사회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의 역사를 한올 한올 써내려갈 것이다.

기왕이면 용기와 희망을 주는 뉴스들이 새해를 장식했으면 좋겠다. 나부터도 빈곤과 슬픔의 궁상맞은 글보다 풍요와 기쁨의 생기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활력과 즐거움이 솟는 뉴스들로 신문지면이 가득 했으면 한다. 묵은해를 보낼 때 사람들은 대체로 밝고 즐거웠던 일보다는 세월의 무상함부터 느낀다. 무엇
하나 제대로 결실을 거두지 못한데서 오는 후회와 좌절감, 허전함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해가 바뀔 때는 언제나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보다는 새로운 것을 지향하며 새 희망과 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내년 봄에 새 잎을 피우기 위해서이고, 밤이 칠흑처럼 캄캄한 것은 새벽에 찬란한 햇빛을 불러오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실패는 보다 큰 성공을 위한 것이고, 육신의 고통은 더욱 튼튼한 건강을 다지기 위한 것이며 작금의 경제적 고통은 우리에게 풍요의 새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세상이 오늘 끝날 것처럼 극심한 좌절과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명한 사람들은 ‘태양은 내일도 반드시 떠오른다’는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며 새로운 각오로 새해를 출발하고 있다. “너무 힘들어 못살겠다”가 아니라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며 내일에 희망을 걸고 새해를 설계한다. 좌절 속에 비전을 보며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이런 사람들의 뉴스가 새해 한인사회에 만발했으면 좋겠다.


새해는 60년만에 찾아온 임진년 ‘흑룡의 해’이다. 용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환상적인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새해는 복되고 길한 소식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몽에 용을 본 여인들은 위인을 낳는다는 말도 있다. 용 가운데서도 기운이 가장 왕성하다는 흑룡의 해를 맞아 우리도 여의주를 입에 문 용꿈을 한번 꾸어보자. 지금상황에서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경기활성화를 소원하겠지만 사람마다 새해 첫 꿈의 간절한 염원이 다를 것이다. 자녀의 학교성적이 향상되게 해달라거나 일류대학에 입학하게 해달라거나, 장성한 자녀가 빨리 짝을 찾아 결혼하게 해달라는 부모들도 있고, 직장을 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실업자, 승진하게 해달라는 직장인, 비즈니스가 호황을 구가하게 해달라는 사업가, 건강을 회복하게 해달라는 환자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용꿈을 꾸는 것만으로는 이런 바램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천재는 1%의 영감에 99%의 노력을 쏟은 사람”이라는 발명왕 에디슨의 말처럼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물이 끓어오르고 샘이 솟아오르고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강력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 그 열정이 식지 않고 계속되다 보면 어느 날 마치 용이 하늘을 오르듯 자신도 성공의 반열에 올라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용꿈을 꾼 많은 한인들이 성공을 거두고 용처럼 비상했다는 2012년의 역사가 지면에 넘쳐나기를 희망한다. 고대 희랍이 페르시아의 막강한 침공군을 마라톤 평야에서 무찔렀다는 승전보를 한 전령이 40여 마일을 쉬지 않고 달려 아테네에 알렸다. 새해엔 한인사회에서도 가파른 이민의 삶터에서 수많은 한인들이 부단히 노력해 하나하나 거둔 승리의 소식이 끊이지 않고 릴레이로 이어졌으면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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