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원시원 말하며 살자

2011-12-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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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타임스지는 ‘이 해의 인물’로서 시위자들(Protesters)을 꼽았다. 2011년은 세계적으로 시위자들이 거리에 나아가 목청을 높인 해였기 때문이다.
타임스지 표지의 역사를 보면 매우 재미있다. ‘이 해의 인물’을 표지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은 첫 비행에 성공한 린드버그(1927)를 위시하여 비폭력 저항자 간디(1930), 폭군 히틀러(1938), 컴퓨터라는 괴물(1982), 냉전에 저항한 자유주의 투사들(1958), 베이비부머(1966)와 미국의 중산층(1969)들이 다루어졌다.

미국인이 거리에 나아가 외치는 역사는 권력에 항거한 퀘이커 교도를 시작으로 6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고대세계에는 ‘식량 폭동’들이 있었고, 로마 시대에는 ‘노예 폭동’들이 줄을 이었다. 어쨌거나 한국의 근대사에서도 밝히 보았듯이 거리의 외침이 역사를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뉴욕 런던 스페인 그리스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거리의 외침은 조직화된 운동은 아니었으나 불경기에 눌려있는 민중의 심리를 한결같이 대변하고 있다. 자유의 물결을 거슬러 거리의 외침이 철저하게 통제된 유일한 나라가 이마도 북조선일 것이다. 새 지도자가 앉았지만 백성의 귀와 입을 열어주겠는가?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여러가지 이지만 말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쉽고 감정 전달이 잘 되기 때문이다. 카운슬링(상담)에서는 카운슬러가 잘 들어주는 것이 요령이다. 상담하러 온 사람이 자기의 문제를 말로 표출하면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해결점을 찾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말은 자기를 비우고, 자기를 분석하고, 자기를 객관화하는 방법이 된다. 답답할 때도 말을 하면 속이 시원해지고 슬픔도 고민도 말을 함으로써 중화된다. 고백을 늦추었다가 사랑을 놓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하루 평균 말하는 낱말 수가 남자는 2만 5,000자, 여자는 3만 자라고 한다. 이것은 말을 많이 하는 미국인의 통계니까 한국인의 말 수는 훨씬 적을 것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세계 공통인 듯한데 이것은 흉이 아니라 좋은 점이다. 미국인들이 어린 아이 때부터 상식에 속하는 지식이 풍부한 이유는 학교에서 더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나 친구와 대화를 많이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퍼듀 대학(Purdue) 식물학 교수 위트 박사에 의하면 집에서 화초를 가꾸는데 화초에게 얘기하며 가꾸는 사람의 화초가 싱싱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화초에게 얘기하는 사람은 화초의 상태에 대한 관찰이 섬세하며 물 줄 때를 잘 맞추고 작은 벌레의 침해도 빨리 포착하기 때문이다. 애완동물과 얘기하는 사람을 자주 보는데 그 경우 주인에게나 동물에게나 서로가 좋다. 하물며 아이들이나 부부 사이에서 말이 끊어지면 교육도 행복도 끊어진다. 과묵함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새 해부터는 이웃과도 가족과도 시원시원 말을 많이 하며 살자.

앞으로는 기계도 ‘말하는 기계’가 대거 등장할 것이다. 벨 전화회사는 번호를 누르지 않고 멀리서라도 말 한 마디 하면 전화기 속의 컴퓨터가 번호를 찾아 신호를 보내는 전화기를 개발하였다. 월풀 회사는 귀 달린 오븐을 개발하였다. 갈비를 오븐에 넣고 “갈비 5파운드”하고 말하면 오븐에 장치된 컴퓨터가 갈비 5파운드를 알맞게 구어낼 온도와 시간을 맞춘다. 세탁기 TV 장난감까지 손으로 조작하지 않고 말로 명령만 하게 개발하고 있으니 주부들은 모
두 사령관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제는 말 많이 하는 것이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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