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동토의 땅 북한에 변화 올까

2011-1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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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한반도 북쪽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급사한 것이다. 심장마비로 죽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은 이틀 후에 발표됐다. 발표되기 전날 후계자 김정은은 명령1호를 군에 하달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군을 장악하기 위한 조처였을 것이다.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는 발칵 뒤집혔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나라중 하나인 북한 왕조를 김일성에 이어 17년간 좌지우지해 오며 핵을 만들어 세계 평화를 위협하던 김정일이 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김정일 사망 뉴스에 이어 터져 나오는 김정은에 대한 후속 뉴스 또한 대단하다. 장례식에 나온 김정은의 얼굴엔 이미 북한의 당과 군을 장악한 모습이 역력하다. 60, 70 나이의 당과 군의 원로들이 28세의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 앞에서 머리 숙여 조아려 조문을 하는 모습은 마치 갓 파더(God Father)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김정은은 한 가족, 혹은 한 가문을 지배하는 갓 파더와는 차원이 다르다. 인구 2천4백만 여명을 다스리게 될 한 나라의 통치자. 그의 얼굴과 행동은 군주나 황제의 모습이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한반도 남쪽의 대한민국. 지금 분주하다. 미국. 당근과 채찍으로 철모르는 김정은을 달래려 한다. 뉴욕에서 미국과 북한 외교관들이 벌써 만났다. 북한에 식량 원조를 재개하려 할 상황인 것 같다. 분명 당근이다. 그럼 채찍은 무엇일까.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 완화를 채찍으로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미국에 뒤질세라 중국은 중국대로 북한을 주도하려 한다. 이미 젊디젊은 김정은을 북한의 지도자로 칭송하며 그의 관심을 사려하고 있다. 대국의 자비스런 모습과 그동안 지녀 온 중국과 북한과의 동맹의지를 그에게 보여주려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빈소에서 깍듯이 조문을 하는
중국 핵심 권력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보게 된다.

일본. 비상이 걸려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 김정은이 젊은 혈기로 대륙간탄도 미사일이라도 발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바다로 쌓여 있는 일본이니 어디로 피할 데도 없다. 김정일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김정은은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란 대국과도 맞붙었던 일본 아니던가. 하지만 김정은이 너무 어려서 당황하긴 마찬가진 것 같다. 한국. 1년 정도 남겨놓은 MB(이명박대통령)정권의 마지막 숙제로 김정일의 후계자가 된 김정은이 떠올랐다. 이렇게 빨리 김정은 시대가 도래 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반면, 한국정부의 정보망의 부재. 어떻게 이틀이 지나도록 김정일의 사망을 전혀 몰랐을까. 아직도 미국정보망
에 의지한 한국 정보체계부터 쇄신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정부도 혹여나 있을 지난 번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도발 같은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유는 김정은이 젊고 혈기에 차 있다는 데 있다. 한 마디로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나이에 북한의 제1인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언제 어느 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김정일 사후 김정은시대가 도래된 북한의 상황에서 세계의 돌아가는 모습은 자국의 이익과 손해부터 먼저 계산한다. 미국이 지금까지 정책으로 삼아온 당근과 채찍을 당근 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 때문일 것이다. 평화를 위한 핵이 아니라 파괴와
살상과 세계 안정을 깨뜨릴 위험요소의 핵이기에 그렇다.

김일성, 김정일에 의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죽어갔다. 체제 유지를 위한 숙청이었다. 또 식량부족으로도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아사했다. 염려되는 것은 김정은 시대를 맞아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들이 체제유지와 식량부족으로 희생될까 하는 점이다. 수면엔 떠오르지 않았지만 벌써 숙청은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북한의 우리 동포들. 신격화, 우상화된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진 김정은의 세습. 자유가 없는 동토의 나라 북한. 그래도 북한 주민들이 배만 불릴 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내일은 크리스마스고 일주일 후면 2012년이 된다. 젊은 지도자로 바뀐 북한. 새 해를 맞아 백성들을 배부르게 하며 세계평화에 함께 동참하는 거듭난, 새로 태어나는 북한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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