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일 사망은 위기이자 기회

2011-12-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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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진(클레어몬트 매키나대 석좌교수)

김정일의 사망 이후 앞으로 전개될 정세에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의 사망은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다. 따라서 그의 사망은 북한 자체는 물론 남북관계와 동북아 국제정세와 관련해 위기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정일 사망 후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북한의 군사 정치 체제가 그의 사후에도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북한에서는 오는 28일 영결식과 내년 2월의 김정일 탄생 70주년, 그리고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 등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만큼 이를 준비하고 치르기 위해 김정은을 위시로 한 집단 지도체제 혹은 집
단 협력체제가 당분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북한은 김정은 후계체제를 위한 정지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아직은 김정은 체제가 확고히 뿌리를 내리지는 못한 상황이다. 향후 북한의 안정 여부는 군과 공안당국을 중심으로 한 세력, 당의 정치국과 비서실 세력, 그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김씨 가문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달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안정적으로 보기 힘든 위험요소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국내적인 위기관리를 위해 대외적으로 무모한 돌발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행사들의 일정과 권력재편 같은 내부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보면 그렇다. 물론 항상 저질러왔던 소규모의 도발까지 배제하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김정일의 사망은 위기지만 동시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사망 후 3년 동안 유훈정치를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상황이 다르다.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보다는 새로운 정책으로 자신의 권력 입지를 다져나가야 할 현실적인 필요에 직면해 있다. 김정일의 사망은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 정치적으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 봐야 할 인물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다. 장성택은 조카를 도와 중국의 등소평과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불러올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그동안 북한이 감행한 군사적인 도발들에 비춰볼 때 이해가 간다.

그러나 도발의 주체였던 김정일이 사망함으로써 한국은 기존의 입장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와 구실이 생겼다. 남측의 조문과 관련해 이런저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조문단을 파견하는 것은 국민정서 등을 고려할 때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에 대한 조의나 유감 정도는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북관계에서 기선을 잡아 나가려면 대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가지 상황들을 고려할 때 한반도에 화해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은 김정일 시대보다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결국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어떻게 상황을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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