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긴급 사태 셀폰 메시지’

2011-12-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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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중부뉴저지 지국장

지난 월요일인 12일 오후 12시 30분 경 생전 처음 보는 텍스트 메시지를 셀폰으로 받았다. 우선 발신음이 평상시 사용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마치 무선 발신음처럼 “뚜~ 뚜~ 뚜~”하고 세 번 울렸다. 전화가 혹시 고장이 났는가 하는 생각에 전화기를 열어보니 미국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메시지가 화면에 떠 있었다.

“긴급 사태: 이 지역 주민들은 오후 1시 24분까지 지역 방공호로 대피하시오. 미국 정부; Civil Emergency in this area until 1:24 PM EST Take Shelter Now U.S. Govern.” 라는 메시지였다. 상황이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아 메시지를 없애는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전화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 메시지가 들어간 화면 이외에 기능이 완전히 마비가 된 것이다. 심지어는 전화기 전원을 꺼보려 했지만 그 것 조차 되지 않았다. 그제야 갑작스레 겁이 덜컥 났다. “이거 또 9.11 사태가 일어난 것 아니야?” 하는 의문에 라
운지 옆에 앉아있던 동료 교수에게 “이것 좀 봐. 당신도 같은 메시지를 받았니?”하고 묻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농담으로 치부하던 동료는 내 셀폰 메시지를 보여주자 얼굴색이 변했다. 그의 전화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9.11 사태 때 가족을 잃었다는 동료는 이미 친지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이 든 나도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려 했으나 전화기가 마비 상태여서 동료의 통화가 끝난 다음 전화 동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 마음을 졸이게 한 것은 가족들의 셀폰 모두가 통화 불능이라는 것이었다.


뛰는 가슴을 안고 인터넷을 조회하였다. 큰 사건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대서특필은 하기 마련인 인터넷 신문 방송에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안심 반 걱정 반 내 셀폰 이상이려니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뚜렷히 각인돼 있는 전화 메시지에는 분명히 미국 정부 문장이 들어있었다. 인터넷으로 발신자 CMAS를 조회해 보니 연방정부 산하 FEMA에서 운영하는 Commercial Mobile Alert System의 준말이었다. 어쨋든 약 30분가량 안절부절 하고 있었는데 한시경 셀폰도 다시 작동이 되기 시작하고 인터넷 속보로 중부 뉴저지 버라이존 셀폰 사용자들에게 보내진 메시지는 연습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자라난 민방위 세대, 뉴욕에서 9.11 사태를 몸으로 겪은 사람으로 이런 메시지에 대한 공포는 말로 표현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인들 중 특히 버라이존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태도는 이런 긴급 상황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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