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하다, 친구들!

2011-12-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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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신문을 읽다가 눈이 한 곳에 머물렀다. 서울에 있는 H호텔 총지배인 에릭 스완슨 인터뷰 기사 중 그의 어머니 ‘조창수’이름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반가운 이름이었다. 같은 여학교 동기 동창인 그녀와는 한 때 아주 친했다. 그런데 그녀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바로 서울 또다른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동창생들이 곧 문병을 갔으나 그녀는 이미 혼수상태였다는 것이다.

얼마 있다가 그녀는 세상을 떠났고, 모교의 조기가 장례식장에 참가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조창수는 누구인가.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한국관과 관계가 있다. 이 한국관은 1965년부터 40여년간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던 조창수의 노력의 결과다. 또한 고종의 옥새를 비롯해 93점의 국보급 문화재를 한국으로 환수하는데 그녀가 힘썼다.


박병선 박사는 어떤가. 그녀가 한국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뉴스도 반가웠다. 그래서 뉴욕에 살고 있는 조카의 도움으로 어렵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한 번 통화를 하였다. 우리가 동문이며 부산 피난시에 몇 번 만나서, 조카들의 교육상담을 한 일을 상기시켰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좋습니다. 나는 다만 친구가 귀국하여서 반갑고, 하루속히 쾌유하시기 바라는 마음에서 전화하였습니다” 이렇게 잠깐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만족하였다. 그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있을 때 ‘직지심처요절’을 발견하고 한국정부에 알렸다. 또 병인양요때 약탈당한‘외규장각’ 도서 외 297권을 찾아내 한국으로 귀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또 ‘병인년 프랑스가 조선을 침노하다’를 출판하였다. 정열과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다.

“선생님, 한국말을 못 하지만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과, 한국말을 아주 잘 하지만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바람직해요?” 모두 한바탕 웃었지만 생각할 문제가 있었다. “학생들은 어느 쪽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들은 서로 의견을 다투다가 결국은 ‘한국말도 좀 하고, 한국도 사랑하자’로 결론을 냈다. 다음 질문은 “외국인이 한국사람 만큼 한국을 사랑할 수 있어요? ”“글쎄?”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이 흐르는 방향이고, 자연 현상이다. 마치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것이다. ‘나라’는 각 개인의 큰 부모다.

그럼 나라 안팎에 사는 사람들의 나라사랑에 차이가 있을까? 그 답을 한 것이 조창수와 박병선이다. 그들은 반세기를 외국에서 살았고, 그들은 미국인이고, 프랑스인이다. 국적은 살아가는 방편이었고, 그들의 마음이 가는 곳은 한국이었다. 한국 내에 사는 사람들과 해외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도 미묘하다. 생활 수준의 차이에 따라 그 평가가 다르다. 해외 사는 사람들이 한 때는 나라를 등진 배반자, 자기들만 잘 살려는 이기주의자가 되었다가, 한동안 부러운 존재가 되기도 하였고, XX의 거지도 되었다가 결국 한 데 뭉칠 수 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라는 말은 모두를 친구로 만드는 좋은 말이다. ‘나’와 ‘너’를 한 데 묶고 새 힘을 준다. 국내 국외 어디에 살거나, 우리는 작은 힘과 큰 힘을 몽땅 합쳐서 한국의 오늘을 이루었다. 또한‘내 소원’은 ‘우리의 소원’이 되어 때가 되면 폭발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 남북 통일말이다.

사람은 혼자서 자랄까? 내 자신의 성장력과 외부의 자극으로 심신이 자란다고 본다. 그래서 DNA와 생활 환경 즉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생활 환경이란 인적인 접촉과 물질적인 질량과 자연의 영향을 말한다. 여기에 본인의 꾸준한 노력이 합쳐져서 하나의 인간으로 생활력을 갖추면 활발한 성장을 가져온다.

세모는 감사의 계절이다. 감사할 대상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가 친구들이다. 친구들의 감화력, 영향력은 매우 크고 강하다. 그래서 좋은 친구를 사귀고,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한다. 장한 친구를 가진 행복에 감사하며 나의 길을 찾으려는 세모가 더욱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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