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

2011-1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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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오(롱아일랜드)

어느 날 한국에 사는 애아빠 친구한테서 37년만에 전화가 왔다. 옛날 애 아빠보다 세살 아래 이웃이란다. 얼마후 어떤 모녀가 여행중 뉴욕을 방문하니 형님께서 잠만 재워주면 좋겠다고 했다. 아침 8시에 공항에 도착한다고. 대접을 잘해줘서 보내면 형님 나중에 서울오면 보답한다고 전화가 빗발쳤다.애아빠가 새벽 5시에 출발해 공항에서 픽업해 곰탕도 같이 먹고 나는 안 열던 가게문도 종업원과 같이 나와 일찍 열었다. 그 모녀는 밥걱정은 절대 안해도 되고 잠만 재워주면 된다며 여행으로 몹시 바쁘단다.

한달을 미국 곳곳을 돌아보는 중인데 목요일날 도착해 월요일에는 시카고 동창집에 갈 예정이란다. 모녀는 영어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고 미국에서 35년 산 나보다 더 뉴욕을 잘 알고 브로드웨이 쇼는 한국에서 다 봤고 여행을 위해 체력단련으로 등산과 자전거를 즐기고 했단다. 며칠 있더니 대충 파악을 했는지 다음에 올 때 묵을 민박도 찾았으니 굳이 예의 차릴 필요도 없음인지 아침을 먹고 기차역에 내려주면 하루종일 맨하탄 관광후 밤늦게 돌아왔다.

뉴욕에는 호텔비가 비싸더라 하니까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 집을 소개시켜 주었단다. 뉴욕시내에 가방을 맡기고 다운타운을 돌아보고 추레인을 타고 공항에 간다기에 역에 내려주는데 이젠 다시 못 뵐 분 갔다며 팁으로 100달러를 건네기에 괜찮다니 그냥 집어넣고 떠났다. 4박5일 다시 안볼 사람이라고 양심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이민생활 하는 우리들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돌아가면 Thank you Card 한 장이라도 보내야 하는 게 마땅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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