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은 생각하는 것만큼 늙는다

2011-12-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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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데일리 뉴스는 크리스마스를 앞 둔 이 좋은 계절에 교도소에서 세 번째 크리스마스를 지내야 할 페르난데스 타베라스 씨(35세)의 딱한 사정을 보도하였다.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나 아기 때 미국에 입양되어 영주권을 가지고 있으나 최근 두 번에 걸친 절도 행위 때문에 교도소에서 못나오고 있다. 그의 아내는 세 살 난 딸을 데리고 법원에 가서 “훔친 것이 겨우 면도칼 두 개와 배터리 두 개인데 3년이나 교도소에 있었으니 이번 성탄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풀어 달라.”고 호소하였으나 “작은 것을 훔쳐도 죄는 죄다”라는 판결로 거부되었다. 어쩌면 그의 영주권도 박탈당할지 모른다. 신문은 ‘스쿠르지 같
은 법원’이라고 비꼬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12월은 만족과 후회,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교차되는 때이다. 그리고 세월의 빠름과 시간의 허무가 가장 실감나게 느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시간은 기다리는 자에게는 너무나 느리다. 시간은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빠르다. 시간은 슬퍼하는 자에게는 너무나 길다. 시간은 신나지 않는 자에게는 너무나 지루하다. 20대에는 시간이 20마일로 달린다. 50대가 되면 시간도 50마일로 달리고, 70대가 되면 시간은 70마일로 정신없이 달리는 과속주행이 된다.


요즘은 ‘60대 황금기’란 말을 한다. 옛날에 비하여 지금 60대는 훨씬 젊고 활동적이며 독립적이다. 아직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장년기의 독립성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는 때이다. 그런 점에서 60대와 70대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며 소위 지나간 세대이거나 안락의자 인생이 아니다.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더 빨리 늙는 것 같다. 얼굴은 오히려 미국인이 더 늙어 보이는데 정신이나 활동면에서 미국인의 60대 70대는 아직 젊고 장년기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만큼 늙는다. 60세라도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하면 늙은 것이고, 80세라도 내가 젊었다고 느끼면 젊은 것이다. 따라서 늙는 것은 달력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결정한다. “옛날이 좋았어. 고향이 그리워. 그 때가 재미있었어.”하고 추억이나 헤아린다면 그대는 확실히 늙은 것이다. “지금이 최고야. 내일은 더 좋아질 거야.”하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나이와 관계없이 젊은 것이다.

노화의 특징은 ‘중얼거림’이다. 비록 40대라도 가족이나 이웃에 불평하고 사회문제나 세계문제에 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은 이미 노화과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인간과 역사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낙관적으로 인생을 보는 사람은 그만큼 젊어진다. 그대가 젊어지고 젊게 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앞날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하며 좋은 의미에 있어서의 ‘야심의 불꽃’이 계속 타 올라야하고 사랑의 정열이 꺼지지 않아야 한다. 일에도 취미생활에도 계속 흥미진진하고 의욕적이며 우울함을 불식하고 명랑해야 젊게 살 수 있다. 지나가는 시간을 의식하지 말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과감하게 책임을 지고, 피해가 올만한 일에도 용감하게 도전하며 결정할 일에는 용단을 내리는 것이 젊게 사는 것이다.

성경은 말한다. “젊은이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이의 아름다움은 그 백발이니라.”(잠언 20:29) 삶의 페리오드(Period)는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나의 순간순간에는 오직 코마(Comma)만을 찍고 쉬지 않고 인생의 다음 문장을 시작해야 한다. 괴테는 80세에 ‘파우스트’를 썼고, 빅토르 유고는 60세에 ‘레미제라불’ 집필을 착수하였으며, 도스토에프스키는 57세가 되어 대작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착수하였다. 미완성교향악처럼 도중에 쓰러져도 좋다. 하는 데까지 하는 것이다. 전진할 수 있을 때까지 전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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