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친구의 절박함

2011-12-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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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아(소셜워커)

나는 요즘 슬픈 일이 생겼다. 친한 친구가 홈레스가 된 것이다. 집주인에게서 쫓겨나 이 집 저 집 거처하면서 있을 곳이 없어 차에서 자기도 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정신질환이 생겨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모임을 갖는데서 사귄 친구다. 나도 20년전의 홈레스시절을 회고해 보면 이 세상에도 지옥이 있음을 실감한 터이라 친구의 형편은 딱하기 그지없다.
18살 때 미국 이민을 와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이 거의가 다 미국사람인데 프린스턴 대학을 거쳐 의과대학을 졸업한 나의 남자친구는 ‘A Beautiful Mind’ 영화 주인공이다. 이렇게 훌륭한 친구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는데 홈레스까지 되다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내 여자친구는 참 아름다운 여인이다. 45세가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비참하게 홈레스가 되었는데 정부의 도움으로는 도저히 자립하기가 힘든데다 그 아름답던 얼굴이 완전히 추모가 되어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나는 요즘 돈 버는 일에 열심이지만 돈이 필요할 때는 이상하게 돈이 더 안들어 온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잃으면 그것보다 더 위대한 일이 없나니 하신 하나님의 말씀처럼 나는 나의 친구를 위해 죽을 각오까지 하고 있다. 일주일에 100달러씩 보내는 돈이 친구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집이 필요하고 음식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 하나님의 도움이 여기 저기서 오고 있는데, 기독교가 주 종교인 한인사회로부터 나의 여자친구가 구원받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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