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연과 인간의 분노

2011-12-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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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자유기고가)
43억 년 전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을 우리기술로 개발한 시킨 카메라를 이용해 GBR101225A의 죽어가는 별의 장면을 관측했다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와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박수종 교수가 이끄는 연구원 6명 그리고 34명의 10개국 국제연구진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두 개의 별이 합쳐져 블랙홀로 바뀌는 과정에서 감마선폭발(GBR)로 태양보다 수억 배나 밝은 빛이 한순간에 쏟아졌다. 이 사건은 중성자별과 헬륨별이 섞일 때 나오는 에너지가 주위에 있던 헬륨가스와 만나 빛을 발한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는 43억 년이 걸렸기 때문에 그 별이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 사건도 지구에서 43억 광년 먼 거리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다.

캠브리지 대학 학감 존 미첼은 1783년 그의 논문에서 충분한 질량과 밀도를 갖춘 별은 강한 중력장을 가지기 때문에 빛이라도 그 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별들의 빛은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검은 항성(Dark Star)이라고 불렀다. 그 후 미국 물리학자 존 횔러가 1969년 블랙홀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었다. 빛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질량이 크고 밀도가 높은 보이지 않은 천체주변을 돌고 있는 많은 숫자의 항성계들이 허불 우주망원경으로 관찰되었다. 아직까지 수천억 개의 별들 중 지구와 같은 조건의 물과 생명체가 있는 별은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 하나 밖에 없는 지구가 계묘(癸卯)년에는 유난히도 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졌다. 땅이 갈라지면서 흔들리는 지진의 소리, 바닷물이 찢겨지며 쏟아뱉는 쓰나미 소리, 태풍의 비바람도 2011년은 예년 보다 강하게 들린다. 예사롭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 소리보다 더 무서운 소리는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한탄의 목소리다. 가진 자 1%에 못 가진
자 99%가 토해내는 분노의 목소리, 이 소리가 추위가 온다고 해서 잠잠해질 수 있을까? 꽃피고 봄이 오면 그 소리는 다시 천지를 진동할 텐데...

역사적으로 사회적 모순이 극대화했을 때 미봉책으로 적당히 넘어가려다 거대한 제국주의 국가들이 줄줄이 무너졌던 사건들을 가진 자들은 생각해 보고 있을까?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예고편이 아닌지 심히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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