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디 걸리기만 해 봐라”

2011-12-0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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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회계법인 대표)

대학생들은 수년째 오르기만 하는 학비에 항의하며 총장실 앞에 무더기로 드러눕고 경찰이 페퍼스프레이를 아이들 얼굴에 뿌렸다며 전국 부모들이 분노하고 1%의 가진 자들이 전체 60%의 부를 가지고 있다고 항의하며 수천명이 월가를, 대도시를 점령하면서 분노하고 한국에서는 FTA가 결국은 한국을 말아 먹을 거라며 수만명씩 모여 분노하고 말리는 경찰서장을 폭행하고… 세상은 온통 분노로 가득하다.

9월에 시작된 월가 점령시위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 불균형에 따른 부의 편중현상과 폐해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시위대는 상위1%가 전체 총소득의 25%이상을 독식할 뿐만 아니라 전체 부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편중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며 세상이 바뀌지 않는 한, 99%는 결국 1% 가진 자들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외친다. 시위대뿐만 아니라 유명대학 경제학 교수들도 이에 가세해서 “우리는(빼앗겨서 분노하는) 99%!”를 외친다. 학자들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탐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우수한 두뇌들이 모여서 가공의 파생상품을 만들고 세상을 속임으로써 결국 99%에 속한 많은 무리가 집을 빼앗기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데도 금융권은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동안 하버드 대학 졸업생의 절반이상이 금융권에 종사한다는 통계는 우수한 두뇌들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학이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첨단공학에 몰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 돈을 쉽게 그리고 많이 벌 수 있는가에만 몰두하는 증거라고 비판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트는 100년전 영국의 부와 소득의 유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소수의 국민이 대다수의 소득을 벌어들인다는 부의 불평등 현상을 발견했다. 소위 파레트 법칙인데 전체 부의 80%를 20% 인구가 차지한다는 80/20 이론이고 이 불균형의 법칙을 잘 활용한다면 사회의 많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교통관리국은 정체현상 80%를 일으키는 20%의 교차로를 집중 관리한다던지 전체 매상고의 80%를 차지하는 우수고객 20%에게 특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결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시대가 바뀌어도 절대 변하지 않을 절대 진리처럼 신봉 되어져 왔는데 성공사례를 발표해 가며 신봉자의 선봉에 섰던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파산신청을 했다는 아이러니한 소식이 들린다.

세상에 바뀌면서 절대 진리도 무너지고 있다. 90/10으로 진화하고 있고 언젠가는 98/2가 될 런지도 모른다. 나눔을 모르는 탐욕이 주범일 것이다. 몇천달러라도 더 준다하면 명예, 꿈, 약속, 동료애 같은 것들은 다 팽개쳐 버리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것이 돈 놓고 돈 먹기다.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 마음이 급하다.없는 자, 빼앗긴 자들은 분노한다.

절망하면서 “나는 꼼수다”같은 허접한 인터넷 방송에 열광한다. 쌍 소리에 어눌한 영어 써가면서 세상 사람들 특히 가진 자, 있는 자 싸잡아 나쁜 인간, 비열한 인간 만들어 버리는 몇 꼼수에 정신을 판다. 분노한다고 바뀔 세상이 아니라면 나를 바꾸면 될 일이다. 서로 격려하고 마음에 감동을 주는 말만 듣기에도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짧다. 돈이 없는 것은 다소 불편한 뿐이지 분노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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