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손을 폅시다

2011-11-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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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효 섭 (아동문학가/목사)

2011년의 막이 내리려는 지금 미국의 체감 경제는 매우 싸늘하다. 직장을 잃는 사람들과 주택비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애완동물의 먹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동물보호소는 초만원이고 자동차 수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위험한 차를 몰고 다니는 초조한 사람들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환자들은 약값에 어깨가 조이고 지난 추수감사절 칠면조 고기를 못먹은 사람들도 예년에 비해 훨씬 많았다고 한다.

뉴저지 주의 경우 어린이들 일곱 명 중 하나는 빈곤층으로 간주되고 있다. 전국적 통계로는 더 많아 미국 어린이 다섯 명 중 하나가 빈곤층에 속한다. 푸드스탬프(Food stamp)에 의존하는 사람이 뉴저지의 경우 15명 중 1명으로 작년에 비하면 23%의 상승이다.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다.


역대 뉴욕 시장 중 가장 훌륭한 시장으로 알려진 사람이 라과디아(Fiorello LaGuadia,1934-45 재임)씨이다. 그가 뉴욕의 즉결 재판부 판사로 있었던 어느 12월, 빵을 훔치다가 잡혀 온 노인이 있었다. 배고파서 훔친 것이었다. 라과디아 판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의 행위는 10달러의 벌금형에 해당됩니다.” 그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냈다. “당신의 벌금 10달러는 내가 내드리겠습니다. 이토록 배고픈 사람이 뉴욕 거리를 헤매고 있었는데 내가 그 동안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벌금으로 내는 것입니다.” 라과디아 판사는 그 유명한 넓은 중절모자를 재판부 서기인 베일리프 씨에게 내주며 말하였다. “이 재판정에 계신 분들도 나처럼 너무 잘 먹은 데에 대한 벌금을 내고 싶으면 이 모자에 넣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가난한 노인은 오히려 47달러를 손에 들고 눈물을 흘리며 재판정을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 호흡하고 살려면 들이마시기만 해서는 안 된다. 내뿜는 호흡도 있어야 한다. 벌기도 잘 해야 하지만 내주는 일에도 멋진 인간이 되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진짜 저축은 필요한 사람에게 내준 물질과 사랑이다. 뉴저지 주 패터슨에 리보라는 17세의 소년이 있다. 그는 손재주가 좋아서 5년 전부터 자전거 수리를 시작하였다. 틈틈이 이웃을 다니며 안 쓰는 자전거를 기증 받는다. 그것들을 수리해서 크리스마스 때 가난한 아이나 복지 시설에 선물하는 것이다. 연간 20대나 선물한다고 하니 정말 훌륭한 소년이다.

사랑이란 주는 것이다. 악보는 연주되어야 음악이 되고 종은 울려야 종이 되는 것처럼 사랑도 내주어야 사랑이 된다. 사랑은 말과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주머니 속의 내 돈이 없어져야 하고 바쁜 내 시간을 쪼개어 주어야 사랑이 된다. 미국의 한 구호 단체가 11세 소년의 편지를 공개하였다. 이 아이는 오랫동안 모은 100달러를 보내면서 “나는 보통 아이보다 살이 찐 편입니다. 살찐 나를 거울로 볼 때마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이 소년의 양심을 우리도 가져야 한다. 나쁜 짓을 안 한 것만으로 양심을 지킨 것이 못된다. 굶주린 사람을 보며 외면하는 것도 역시 양심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12월은 놀고 마시며 연말파티를 즐기는 달이 아니다. 이 해 마지막 한 달을 ‘내어주는 계절’로 삼아 경제적으로 나보다 못한 이웃을 인종을 가리지 않고 돕는 사랑의 달로 만든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산과 복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균등하게 밸런스를 맞추어야 할 선진적인 문화이다. 사랑은 손실 속에서 더 강하고, 양보 속에서 함께 승리하며, 주는 편이 받는 편보다 더 기쁘다. 사랑은 화음이며 천국의 시작이다. 사랑은 상처를 아물게 하고 너와 나의 용기를 솟아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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