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00세 시대도 온다고?

2011-1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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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향 민(영어 음성학자)

과학자들은 10년 후인 2020년경부터 100세 인간수명 시대를 예고한다. 사람들은 100세 시대가 축복인가 재앙인가를 놓고 토론한다. 그런데 이는 단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싶다. 개인적인 면과 사회적인 면이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문제에서도 어떤 사람에게는 축복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개인적으로는 축복도 재앙도 될 수 있겠지만 사회적이나 국가적으로는 재앙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100세 시대라는 의미는 인간의 생명연장이라는 단순결과를 넘어 노인인구의 증가를 의미한다. 2030년에는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5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산성은 없고 소비성만을 가진 노인인구가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오늘의 주제는 100세 시대가 아니다. 상상하기도 쉽지 않은 1,000세 시대라면 믿어지겠는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해도 탓하지 않겠다. 그런데 사실이라면 어쩌겠나.


아직 100세 시대가 현실화 되지도 않았는데 1,000세 시대를 이야기 하자니 현기증이 느껴진다. 이미 과학자들은 동물의 유전자속 노화를 일으키는 60여개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 유전자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젊음을 유지하면 1,000년 2,000년 나아가 인간 불멸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미 동물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20일 수명의 벌레는 60일에도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쥐 실험을 통해서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면 1.000세 시대의 인간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면 금년이 2011년이니 1,000년 전이면 1011년이다. 1,000 년 전의 한국 역사를 조사해 보니 고려 현종시절 현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의 기초인 대장경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1019년에는 강감찬 장군이 요나라의 3차 침입을 막아냈다. 만일 이미 1.000세 수명시대에 살고 있다면 강감찬 장군 부대에 소속되어 요나라 전투에서 맨
손으로 요나라 군인 여러 명을 때려잡았다는 확인 안된 전공을 자랑하는 허풍쟁이 동네 영감을 만날 수도 있다. 세계사로 가보면 1026년 징기스칸이 몽고를 통일했으며 1063년에는 노틀담 성당 건축이 시작되었다. 1096년에는 십자군 전쟁이 시작했다. 이런 일들이 현실 속에서 만난다.

한국사람 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보다 나이서열이 엄연하다. 그런데 1,000세 시대에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당신 몇 살야? 752살 이라고? 이보게 나는 753살 일세. 내가 출생신고가 늦게 되어서... 인간 100세 시대는 곧 다가온다. 인간 100세 장수도 재앙일지 모르는데 1,000세 수명은?
지금 인간에게 죽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말한 한 철학자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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