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립화 통일

2011-11-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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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중립화 통일운동이 국내외 일각에서 태동하고 있다. 민족의 지상목표인 통일을 지향하고 국제평화에 기여하게 될 중립을 추구하고 있어 대의와 명분을 두루 갖추고 있다.주변 강대국들의 위협에 시달려온 구라파의 작은 나라로서 1.2차 대전의 태풍 속에서 나라의 안전을 지켜내고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영세중립국 스위스. 동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독일처럼 분단의 고통을 겪지 않고 통일과 번영·안정을 함께 누리고 있는 중립 오스트리아. 비슷한 환경에서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해방 후에도 분단의 아픔 속에 신음하고 있는 한국인들로
서는 이 나라들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흥사단 운동 후예들이 주축으로 되어있는 이 단체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00만인 서명운동, 영세중립화 통일협의회와의 유대강화, 대UN 집중 호소전략, 그밖에 한반도 평화기원 공연 등등을 기획하고 있는 이 운동의 핵심주역인 김경락 목사는 전한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첨예하다. 전쟁이냐 평화냐? 통일이냐 분단이냐? 갈림길에 놓여있다. 통일을 열망하는 민족적 압력아래 남과 북의 최고통치자가 도장을 누른 6.15의 이념은 UN등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고 성과적으로 추진되어 오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퇴색하였다. 평화와 공동번영의 이정표로 되었던 10.4선언은 지금 종적마저 묘연하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사건이래 한반도 서해주변은 전운 감도는 일촉즉발의 위험지대로 되고 있다. 한미동맹과 FTA에 명운을 걸고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기존의 군사동맹파기가 선행되어야할 중립화통일제안은 지금 씨도 먹히지 않을 비현실적 방안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물질세계가 끊임없이 운동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사회역사도 쉬지 않고 운동병화하는 법. 어둠 뒤에 새벽이 오듯 역사는 발전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가시면 평화와 통일은 막을 수 없는 대세로 된다. 6.15의 이념아래 중립화 통일운동을 비롯한 여러 갈래의 평화통일운동들이 역량을 합친다면 통일의 시기도 앞당기게 된다. 장차 통일된 코리아는 중립외교가 국익에 맞는다면 주변 강대국들과의 이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이것을 자주적 결단으로 선언하게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중립국으로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라오스 3국과 특수 케이스로 바티칸 시공국이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약소국이 전쟁피해가 싫으니 중립국으로 되고 싶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국들과 조약을 맺고 이를 국제법적으로 영토보존을 보장받아야 한다. 스위스는 1815년 영·불·독(당시 프로이센) 러·오 등 8개국과 비엔나에서 조약을 맺고, 승인을 얻어 영세중립국이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국력을 기른 열강은 시장을 넓히기 위한 식민지 쟁탈에 혈안이 되어 약소국들을 노렸다.

오스트리아는 1955년 자국헌법에 영세중립국이 되겠다고 선언, 세계각국의 승인을 받았다. 나토와 와르샤와동맹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라오스는 1962년 제네바회의에서 중립을 선언, 미·소·영·불·중국 등의 승인을 받아낸다. 오스트리아와 라오스는 영세중립국은 아니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이 일방 독주하는 지금의 국제정세 아래 중립선언은 실효가 전만 못하다는 것이 국제법학자들의 통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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