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최면

2011-11-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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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수필가)

자, 이제 우리가 아름다운 최면을 시작하기로 해요… 나는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의 눈 깊숙이 길을 내었다. 그녀는 그때서야 젖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우리는 새로운 땅에 착륙하는 모험자 같이 깊은 숨을 쉬었다. 그녀는 공포와 아픔과 절망의 현실에서 쫓겨오던 행로가 이제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딛는 걸음이다. (이때 나는 설레인다)

예부터 잘못되면 조상탓이라는 말이 있다. 자식들이 부모탓을 하듯, 내담자들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주제가 시작되면 상담자에게 그 비슷한 반항을 한다. 특히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박한 상황일수록 더 그렇고, 혈연의 관계에서는 더 그렇다. 눈가에 주름이 내려앉고 흰머리가 늘어나는 즈음에 기대없이 맞게 되는 아이들의 진단명이 ‘부모탓’ ‘부모가 원인’이라는데 내담자
는 문을 박차고 나갈 태세였다.


자식의 불량한 행동으로 상처받은 엄마에게 내말이 그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하였을지…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면 다 느끼리라. 그러나 어쩌랴, 모든 것이 부모의 잘못으로 시작된 것임을. 그 진실을 외면할 수 없고, 오히려 그 진실 속에 길이 있고, 그 사실만이 빛이 되는 것을(이에 대해 나는 눈물이 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쩌면 부모인 우리 자신과 국화빵 같을까? 하는 순간이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의 외모와 성격을 꼭 닮는 것은 물론 버릇과 사고 방식, 새로운 일에 대처하는 방향과 선택과 추진력과 성취력까지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살 버릇 여든간다는 말은 어떤가? 이 엄숙한 진리(?)를 긍정적으로 잘 따른다면 세살까지 아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성공인자를 습관되게 해준다면 자식 걱정은 여든까지 끝이 될까? 쉴새없이 자라나는 성장기에 적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인간 에게 선천적 유전적인 인자와 후천적인 현상, 이 두 가지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을 인정하고, 부모가 이 두 가지를 전체적 큰 그림 속에서 다루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천부적인 것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으며, 또 지금 자신이 부모로서 자식에게 부여하고 있는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요인이 하나가 되어 아이의 심신과 영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급속하게 발달한 과학과 의학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우리 부모들의 눈 앞에 있는 아이에게 후천적인 자아가 형성되어 제2의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앞에 부모 자신에 대한 연구, 각성과 변화가 절박하다.자녀를 최면으로 양육한다는 것은 아이의 신체와 정신, 인성과 능력을 해부하듯 나누는 것이 아니고 유전과 환경 영향을 그대로 느끼고 이해한 후에 긍정적이고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개선시키는 것이다.

인생은 경험으로 시작되고 기억으로 엮어진다. 현존하는 그대로의 자기를 충분히 느끼면서 행동하게 훈련해주며, 잘못들여진 생각과 습관은 최면을 사용하여 건전하고 건강한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엄마의 긍정적인 한마디, 신뢰가 듬뿍 담긴 미소가 아이의 일생과 함께 갈 최고의 최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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