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같은 시대의 대기를 호흡하다

2011-11-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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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우리는 오케스트라를 감상하기 위해 음악회에 간다. 집에 정제된 오케스트라 CD나 테이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편리한 캔 음식이 있어도 되도록 신선한 식품을 취한다. 그의 저서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어도 충분한데 존경하는 분을 꼭 직접 만나보려고 먼 여행을 한다. 왜일까? 이에 대한 대답을 얼마 전에 영원한 나라로 새 길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알려준다.

필자는 어렸을 때 모든 것이 편리한 세계에 태어나서 발명가가 될 수 없음이 유감이었다. 그런데 현대는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명품이 홍수를 이룬 세태로 변했다. 또 많은 위인전을 읽으면서 시대가 위인을 배출하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들이 발명가나 위인이 될 수 없었던 이유이니 어이없다. 그들이 과거의 시간대,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소인의 마음이 거기까지 닿지 못한 까닭이다. 발명가나 위인이 이룬 혁혁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들과 같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 분들의 업적은 대부분이 위대한 결과나 특이한 생활의 에피소드 정도가 소개된다. 그분들의 일상생활, 가족이나 친구 그 밖에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말투, 몸짓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 방법, 창의성이 발휘되는 분위기, 사회생활의 범위, 독서경향... 등 업적과 관계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알고싶다. 위인도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임을 확인하고 싶은 까닭이다.


스티브 잡스는 어떤가. 그는 바로 우리 옆에서 생활한 같은 세계 마을의 주민이었다. 성미가 괴팍하였고, 연구에 관해서는 동료들에게 냉혹했으며, 엉뚱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붙잡고 늘어지는 강인함이나 지저분한 생활 주변의 허술한 처리...등 그는 벌거벗고 만인 앞에 섰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현상은 한 묶음의 일화들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일체감이나 친밀감을 준다. 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엄청난 발견이다. 자서전의 집필을 부탁한 아이잭슨에게 내가 생긴대로, 있는 그대로 집필을 부탁하였다는 뒷이야기도 스티브 잡스답고 우리에게 만족감을 준다.

우리는 주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 교훈을 얻고 싶다. 그들은 뜨거운 피가 흐르는 산 교과서이다. 이런 사람들 중에 부모, 가족, 교사, 친구...들이 포함된다. 일상 생활을 하다 가끔 깜짝 놀란다. 부모의 습관 중에서 전에는 싫어하던 생각, 말투, 몸짓, 버릇...을 닮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그 글씨체가 특이한데...’‘어렸을 때 내가 무척 좋아하던 선생님을 닮은 것 같아요. 그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보면 어른들의 언어 동작이나 생각이 교과서임을 깨닫는다. 즉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의 바탕을 이루는 ‘사람됨’‘인간성’은 가까운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말에 따르면 생부모는 그에게 생명만 주었고, 양부모는 1000%의 부모였다는 평가는 옳다. 그가 자랄 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자녀들은 부모의 영향권에 있다. 그래서 부모 되기는 쉽고, 부모답기는 어렵다는 견해에 수긍한다. 같은 생각의 줄기를 따르면 교사되기는 쉽고 교사답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 친구들하고 놀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그럼 그 애는 누구하고 놀아요? ”하고 묻는 자녀에게 무엇이라고 대답을 할까? “네가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해라”“그럼 나쁜 자리는 누가 차지해요?” 이런 사소한 대화에서 삶에 대한 문제 해결의 방법을 배우는 것이 어린이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녀교육이 부모에게 달렸다는 것을 양부모와의 체험으로 배웠다.

그러나 세계인의 한 시대를 더 편리하게 만드느라고 자신의 자녀교육이 소홀히 되어 미안함을 느꼈다. 이것이 그가 자서전을 내놓게 된 이유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아버지의 참모습을 알리고 용서를 구했다고 본다. 자녀들은 그가 남긴 업적과 명언들을 유산으로 삼더라도, 아버지와의 삶의 교류가 없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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