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주코티 공원에서의 단상’

2011-1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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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승 재 (사회 1팀 기자)

자본주의의 모순과 소득 불평등에 항의하는 월가 점령 시위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맨하탄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시위에 대해 제2의 보스턴 차 사건이라는 평가까지 하고 있다.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난 주말 주코티 공원을 찾은 기자는 시위 참가자 저마다의 피켓을 들고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다운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은 점령 당했습니다”(This place is occupied)라는 푯말과 함께 옹기종기 자리 잡은 텐트들. 저마다 표현 방법도 다르고 할 말도 다르지만 핵심은 하나였다. “세상을 변화시키자.” 막연하고 동떨어진 주제지만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어느새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수백 년을 이어온 자본주의 시스템상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포기하라고 말한다. ‘1%’의 기득권층이 나머지 ‘99%’를 지배하는 사회 구조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얘기다.하지만 이 같은 생각에 기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세상은 역사적으로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실천하고 저항하는 시민들로 인해 조금씩 바뀌고 발전돼왔다.

최근 튀니지의 쟈스민 혁명이 불씨가 돼 중동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도 오랜 세월 동안 목숨을 건 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15일 새벽 뉴욕경찰(NYPD)의 급습으로 주코티 공원의 텐트들이 모두 철거되고 노숙 시위도 불법화되면서 월가 시위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위 조직자들은 점거 여부와 관계없이 1%를 향한 이번 시위가 이미 다양한 이슈와 형식으로 진화돼 전세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만큼 주코티 공원 시위대 해산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쪼록 이번 월가 시위가 먼 훗날 ‘세상을 더욱 공평하고 평등하게 변화시킨 커다란 원동력’으로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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