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먼저 인간이 되어라”

2011-1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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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근 영(목사 )

옛날 불란서의 한 동굴에서 거지소년을 발견하였다. 이 소년은 갓난아기 때부터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기에 모양은 인간이지만 행동은 늑대 그것이었다. 이 얘기는 교육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인데, 현실에서도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얼마전 신문에서 ‘의사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기사를 읽었다. 즉, 미국과 캐나다 의과대학에서는 신입생 의사후보생에게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스탠포드, UCLA 등 10여개 대학이 이미 이 방법을 도입해 신입생을 선발한다고 하였다. 이 얘기는 비단 의사뿐 아니라 변
호사, 목사, 약사, 문인, 예술인 등을 만드는 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시장경제, 자본주의 체제에서 재화(돈)의 가치관은 이미 사람을 돈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다. 즉, 인간존중, 인간의 가치관 등이 재화의 절대가치 속에 숨을 죽이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환자가, 교인들이, 피고와 원고가 다 돈으로만 보이는 기현상들이다. 미국의 세일즈문화는 이미 우리 눈에 익숙해져 있다. 케네디 대통령때 어렵게 달나라에 갔지만 자기들이 타고 온 우주선을 달나라 사람들에게 팔고 갈려고 ‘FOR SALE’ 간판을 붙여 놓은 사진을 보았다. 봉이 김선달도 대동강물 팔았고 가롯유다는 예수를 팔아 부동산 투기까지 하였
다. 바리새인들도 돈만 된다면 경건까지도 팔았고 또 어떤 제자는 돈으로 성령까지 사려고 했다.


예수도 그의 제자들에게 “먼저 인간이 되어라. 그리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돼라”고 했다. 그러나 예수가 유대의 왕이 되면 나는 좌의정, 너는 우의정 되려고 자리싸움도 서슴없이 감행했던 것이다. 기독교의 성령운동도 그렇다. 할렐루야! 아멘! 외치며 예수가 제일 싫어하는 감상주의, 형식주의에만 도취할 운동이 아니라 우리조상 평양성령운동때처럼, 미워하는 사람, 손해 끼친 사람 찾아가 손잡는 운동 즉, 인간관계 회복의 운동이다.한국이 6만이나 넘는 세계최대의 교회를 자랑하지만 사회는 왜 이리도 변하지 않는가 라는 사회평론가들의 지적도 따져보면 한국교회가 ‘성령의 이해’ 부재인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성령 불 받고 경건한 교인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여전히 부패상을 연출하는 관행 때문이다. 영혼구원이란 편리한 명분아래 사후 천당 가는 설교만 해서인지 한국이 세계 제1위 자살공화국이 된 것도 사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한국 기독교 대형교회 일부 원로목사들의 세속적이고 광적인 목회상이 요즘 젊은 목사들의 우상이 되어, C목사 신드롬, K목사 신드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교회와 교단들의 시끄러운 잡음들도 따져보면 ‘인성교육’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 필자의 국민학교 담임선생님은 늘 ‘인간이 되어라’고 꾸중하셨다. 우리 담임선생님이 그후 경상북도 교육감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분이 아직 세상에 살아 계신다면 이번 잡음이 있었던 서울 교육감 후임으로 와서 ‘먼저 인간이 되어라’고 충고해 주길 부탁드리고 싶다.

실존철학의 대 명제와 같은 말 즉, 우리말에 ‘사람이 되어라’는 말도 자기의 삶의 환경과의 대결을 통해서 스스로를 형성하는 유일한 존재임을 말한다. 서기관과 바리새파 사람들이 결국 예수로부터 ‘독사의 자식들아’란 농도 짙은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끝내 나쁜 마음을 고치지 않고, 즉 회개하지 않고 인간 되기를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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