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꼼수다

2011-1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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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딴지일보에서 제작하는 한국의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가 태평양을 건너 미주지역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토크쇼 형식의 온라인 방송이 큰 인기를 끌고있다”며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방송인 팟캐스트를 통해 200
만명 넘는 사람들이 청취했다”고 전했다.

‘꼼수’라는 말뜻 자체가 쩨쩨한 방법이나 수단을 말한다. 스스로 꼼수라고 밝힌 이 시사토크쇼는 ‘국내유일의 가카의 헌정방송’이라며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4명의 남자가 주로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정치인,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룬다.올 4월말 BBK사건을 주제로 방송이 시작되더니 서울 장안에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급기야 서울시장으로 시민운동가 박원순을 당선시키고 말았다. 이 방송을 들으면 고액 피부마사지와 학교 로비 등에 얽힌 나경원을 도저히 찍을 수 없게 만든다.


나꼼수의 효과는 서점가에도 불어 닥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비롯 김용민의 ‘나는 꼼수다 뒷담화’와 ‘조국 현상을 말하다’ 등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뉴욕의 한인들도 다운로드 받은 방송 파일을 차 안에서 들으며 출근을 하고 책을 구해 읽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공공성도, 책임감도 없는 방송을 이제 그만하라는 사람도 있고 모쪼록 정치인들은 언행을 조심 하여 방송꺼리를 제공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다.

사실 남자 네 명이 잡담하듯, 킬킬거리며, 졸기도 하면서, 수시로 ‘씨바’라는 욕설(추임새라고 한다)을 하며 막말처럼 이야기 하는 이 방송을 처음 들을 때 ‘무슨 방송이 이래?’ 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다루는 이슈가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예를들어 미국에 사는 우리들이 한국으로 들어가자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 인천공항이다. 국제공항협회에서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초우량 공기업인 인천공항을 정부가 선진경영을 도입한다면서 호주의 맥쿼리에게 매각하려고 한 것.일단 외국인 기업에 넘어가면 점차 공항 이용세를 비롯 각종 비용이 올라갈 것은 자명하고 이는 고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

또한 최초로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파산 직격탄을 맞은 삼화저축은행,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등 은행 대표들은 국민들의 피땀어린 돈을 마치 제것처럼 주머니에 차고서 정치자금 로비와 골프 및 유흥에, 또 자녀 미국 유학자금으로 탕진하지 않았는가. 평생 모은 노후자금이 하루아침에 반으로 뚝 잘려나가고 없어진 원통한 일을 당한 이들은 모두 우리의 형제자매, 조카들이다.

주류 미디어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고 발표 못한 팩트를 놓고서 나꼼수는 추측을 하여 ‘소설’이라며 발표를 했다. 그런데 이 소설들이 그 이후 실제로 착착 들어맞으니 한번 방송을 들은 이들은 또 이 방송을 듣게 되는 것이다.
정정당당하고 언론의 정도를 걷는 주류 미디어만 언론인가, 사실 정권의 눈치 안보고 할 말 다하며 청취자나 시청자의 들을 권리, 볼 권리, 알 권리를 모두 만족시키는 진정한 미디어가 몇 군데나 있는가.

“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이런 자세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미디어는 힘없고 빽 없는 소시민에게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지 모른다. 대선 때까지 이 방송은 이어질 것인데 걱정되는 것은 커져버린 힘과 유명세를 타고 자칫 자만과 자아도취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청취자로부터 “그래, 너 진짜 잘났다, 혼자 잘난 척 해봐” 라든가 “뭐, 이런 것까지” 하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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