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62번째의 도전

2011-1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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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천재란 99%의 땀과 1%의 영감”이란 말을 남긴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발명한 발명왕이다. 그가 발명해 특허를 낸 것만 해도 1,000개가 넘는다. 그는 발명뿐만 아니라 사업에도 수완이 있어 GE(General Electric)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의 발명 중 두드러지는 것은 전구와 축음기, 전화송신기 등이다.

청각장애를 갖고 있던 에디슨은 정규교육을 받은 것이 고작 3개월뿐이다. 학교를 보내면 잘 알아듣지 못해 선생이 지진아로 분류했다. 그래서 에디슨의 어머니는 그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가르쳤다. 어머니의 교육열과 에디슨의 도전정신이 에디슨을 발명왕으로 만들었다. 에디슨은 한 가지 발명을 위해 1,000번의 실험을 했다고 한다.


충북 청주에 사는 중복장애 1급인 경상선(32)씨는 뇌 병변과 지적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2004년 5월 그는 처음으로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했다. 첫해 53차례나 학과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매 해 학과시험에 도전했다. 합격선이 60점인 학과시험을 먼저 합격해야 기능시험과 주행시험을 치룰 수 있기에 그렇다. 도전한 지 400번이 넘을 때 그의 어머니는 그를 만류했다. “성치 않은 몸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면허시험장을 오가는 게 안쓰러워 그만두라 했다”고. 하지만 경상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달 10월12일 도전 458번 째 학과시험을 통과(65점)했고 지난 11월7일 두 차례의 기능, 주행 시험(462번째) 끝에 7년 만에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포기는 김장할 때만 쓰는 말”이란 우스개 소리가 있다. 김장 한 포기 두 포기 할 때 쓰인다는 뜻이다. 어려울 때 쉽게 포기하는 자만큼 어리석은 자도 없다. 노력해 보지도 않고, 또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고 어렵다고 자신의 희망과 좋은 뜻을 접고 좌절에 빠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본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세상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극복하고 도전하며 넘어선 사람들이다. 역경이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아니 닥친다. 또 역경이란 선천적일 수 있고 후천적일 수도 있다. 에디슨의 청각장애와 경상선씨의 뇌 병변 및 지적장애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역경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다. 반면 각종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었다거나, 혹은 사업의 실패,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나 사별, 시험에서의 낙방, 혹은 병으로 인한 건강악화 등 후천적으로 역경을 맞이한 사람들도 많다. 사람이란 항상 좋은 일만 있으라는 법이 없듯, 이렇게 역경을 맞았을 때 그 역경을 어떻게 대처해 나가냐에 따라 사람의 성공여부는 갈리게 된다.

미국의 존스 홉킨스대 재활의학과 수석전문의 이승복박사는 사지 마비인 장애인으로 수석의사까지 됐다. 8살에 미국에 들어왔고 3학년 때부터 체조선수로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하는 유망주였다. 고교 때 체조연습을 하다 떨어져 사지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며 공부해 다트머스의대를 수석 졸업했다.

그는 말한다. “심하게 좌절하고 낙담하는 환자들은 특히 힘들다. 하지만 그런 분도 꼭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도전 정신도 생긴다”고. 그가 장애인이 되었을 때 그는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도전 정신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수석의사가 되어 좌절과 낙망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다시 도전정신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바위를 쪼개는 석수가 있다. 큰 바위를 쪼갤 때 바위는 한 번에 쪼개지지 않는다.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수만번을 쪼아야 큰 바위는 쪼개진다. 바로, 쩍~하고 쪼개지는 그 순간까지 석수는 도전정신을 갖고 끈기로 참아내야만 한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삶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도전정신으로 끝까지 나가야한다.

청각장애자로 세계의 발명왕이 된 토마스 에디슨. 좌절과 낙망 속에 있는 환자들에게 재활의 정신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장애인 이승복박사. 그는 말한다. “절대 절망에서 절대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 인간”이며 “기적은 당신 안에 있다”고. 462번째의 도전 끝에 운전면허증을 받은 1급 장애인 경상선씨. 역경 속에 있는가. 도전하라. 도전하는 자만이 승리의 웃음을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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