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027대 1

2011-1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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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A.D.70년 예루살렘이 로마에 함락된 후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아시아를 제외한 온 세계에 퍼지며 그들의 자손을 낳았다. 그들의 후손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등지에서 그 세를 뻗어갔다. 미국에는 유대계 유럽인들이 이민을 통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20세기초)만 해도 유대인들은 나라가 없었다.

1948년 5월14일.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배가 끝난 날이자 이스라엘이 독립국가가 된 날이다. 팔레스타인을 유대인들의 고향으로 만들자고 목표했던 19세기부터 일기 시작한 시오니즘의 결과였다. 물론 이렇게 된 가장 큰 배후의 영향력은 아랍인과 유대인을 분리시켜 놓자는 UN과 영국을 포함한 서구나라들의 힘이 컸다. 이로 인해 거의 2000년 만에 유대인들은 나라를 갖게 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중동지역의 분쟁은 끝이 없이 일어났다. 유대인들이 땅을 차지하자 팔레스타인 거주민은 그 땅에서 쫓겨났다. 그들은 지금 UN을 통해 독립을 쟁취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하고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힘이 독립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10월18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5년 동안 억류돼 있던 이스라엘 사병 길라드 샬리트가 석방됐다. 이스라엘 감옥소에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 1027명과 맞바꾸는 조건이었다. 샬리트가 석방되던 날 1차로 여성 27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포로 477명이 풀려났다. 앞으로 두 달 이내에 나머지 550명이 풀려나게 된다.

한 사람의 병정을 살리기 위해 1027명의 포로를 내어준다? 말은 쉽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유대인이 아니면 행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사실을 여기서 본다. 유대인이 어떤 사람들인가. 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그런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실세는 유대인들이다. 정계와 재계를 두루 섭렵하고 있다. 세계 종교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기독교와 불교이다. 기독교의 창시자가 누구인가. 유대인인 예수다. 현재 전 세계 인구가 70억을 돌파했다 한다. 그 중 기독교인은 로마 가톨릭을 포함해 몇 명이나 될까. 통계에 의하면 약 22억명을 넘는다. 세계 인구의 31%다. 한국만 해도 인구(약5천만)의 4분의1이 기독교인이다.

한편 유대계 노벨상 수상자는 몇 명이나 되나. 약 200명에 가깝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교에서 유대계 교수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약 30%에서 40%라 한다. 유대인들이 히틀러에게 600만명이나 학살을 당했다. 그 때 학살당하지 않고 살아 있다면 현재의 통계보다 더 많은 통계가 유대인들로 나타날 것이다.뉴욕 브루클린에는 유대인들이 약 1백만명이나 살고 있다. 토요일 그 곳을 운전하다 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까만 옷을 입은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지키려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한 여름에도 귀 밑 머리를 땋아 기른 남자들은 조끼에 까만 양복, 거기에 까만 외투까지 입고 다닌다. 덥지도 않나보다.

유대인들을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유대인들은 짜기 때문이다. 짜다는 것은 돈을 안 쓴다는 뜻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상인을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배울 점은 너무나도 많다. 특히 그중에서도 애국심이다. 1967년 6월5일 이스라엘은 아랍연합군과의 전쟁을 시작해 ‘6일 전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이때 유대인들의 민족성이 전 세계인들에게 칭송 된 바 있다. 전 세계, 특히 미국과 유럽에 있는 유대계 젊은이들이 학업과 직장을 팽개치고 이스라엘로 향했다. 이유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배워야할 점이다.

수전노와 같다고 유대인들을 욕도 하지만 배울 점은 많다. 약 700만 정도가 사는 작은 나라이지만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밀고 있으니 그 나라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없다. 한 사병을 살리기 위해 1027명의 포로와 바꾼 이스라엘이란 국가. 1027대 1, 참으로 멋지다. 국가가 국민, 한 개인의 생명을 그토록 보장해주니 얼마나 멋있는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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