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FTA를 바라보는 시각

2011-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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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경제팀 차장)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하다. 한미 FTA 비준을 놓고 한국 국회에서 격한 대립이 벌어지고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인데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서 한·미간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지 고민을 하게 된다. 미주 한인 사회의 각계각층, 단체들이 FTA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 협정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고 한인 비즈니스도 직접적인 수혜를 입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말했지만 “FTA로 미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창출되어 경제가 조금이라도 회복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는 바람이다. 솔직히 한국이 얻을 이익 부분은 ‘이곳에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만약 FTA가 정말 양국 모두에게 호혜적인 협정이라고 믿는다면 환영의 뜻을 넘어 한국 국민과 국회를 향해 ‘하루빨리 통과시켜라’라고 자신 있게 촉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목소리도 높다. 그런데 한국내 비준을 촉구하는 분들의 논리가 오히려 이 협정이 일방적이라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증명해주는 셈이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통과가 어렵던 법안이 이번에 미 의회에서는 쉽게 통과되었는데 왜 한국에서는 싸우고 난리냐”는 논리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어렵게 통과가 되지 못했던 이유는 미 의원들이 지난 정권에서 합의했던 협상안이 미국의 이익에 충분히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즉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와 함께 통과된 것은 미국의 요구에 맞게 한국의 큰 양보가 이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국회의원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따져야 하는 똑같은 의무가 있다. 아니라고 여기면 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대고 ‘조속한 통과’를 무조건 요구할 수는 없다.

지금 한국에서는 한미 FTA 독소조항을 축구경기와 비교한 것이 화제다. ▲역진방지 조항: 한국팀은 전진만 할 수 있고 수비를 위한 후퇴는 불허한다. ▲국가제소권: 미국선수가 드리블하다 혼자 넘어져도 페널티킥을 준다. ▲비위반 제소권: 미국팀이 원하는 만큼 득점을 못하면 패널티 킥을 준다.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한국팀 응원단이 시끄럽다고 인정되었을 때 패널티킥을 준다.

만약 이 비유가 과장되었다고 말하는 분들은 아마 협정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FTA는 여당이 수적으로 우세한 한국 국회를 통과할 것이다. 아마도 늘 보아왔던 몸싸움과 아수라장을 연출하면서. FTA조항들이 위의 비유처럼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실제 발효가 된 후 나타나는 경제적인 이익들은 양국에 공평하게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것은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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