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산품 애용과 애국정신

2011-10-31 (월)
크게 작게
이 성 철(목사/수필가)

인도의 마하트마(Mahatma·大聖)라 불리는 간디는 국산품 애용을 통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물레를 돌려 천을 짜서 자기 옷을 손수 만들어 입었던 것이다. 그것은 인도 산업을 피폐하게 만드는 영국의 산업정책에 대항하는 일이었다. 웃통을 벗은 채 아랫도리만 겨우 걸치고 물레를 돌리는 늙은 간디의 모습은 “목적이 선하면 방법도 선해야 한다”는 그의 삶과
사상을 실제로 잘 드러낸 것이라 하겠다.

1931년 간디는 런던에서 열리는 원탁회의에 인도국민의회의 유일한 대표자로 참석하게 되었다. 독립을 원하는 인도국민들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회의는 진행되어 간디에게 실망만 안겨 주었다. 게다가 회의가 끝나면 영국왕 조지 5세와 차 한잔을 나누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간디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웃통을 드러내고 허리에 두르는 짧은 옷을 입고는 그 위에 누덕누덕 기운 숄을 두른 채 버킹엄 궁으로 들어갔다. 영국의 명문 캠브릿지 대학에 유학까지 갔던 간디에게 어찌 양복 한 벌이 없었겠는가. 간디는 짐짓 양복을 벗어 던지고 인도 농민의 복장을 했던 것이다. 그 옷 역시도 간디가 손수 물레를 돌려 짠 옷감으로 만든 것이었다.


보석이 박힌 찬란한 왕관을 쓴 조지 5세와 왕관 없는 인도 민중의 왕 간디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만남은 화려한 옷과 각종 보석으로 치장한 조지 5세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보일 정도로 옷을 걸치지 않은 간디의 무례한 옷차림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짧은 만남이 끝난 뒤 버킹엄 궁을 떠나는 간디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어 간디의 너무
나도 간편한, 그래서 무례하게 보이는 그의 옷차림에 대하여 질문공세를 퍼부었을 때 간디는 짧은 대답 한 마디를 남기고 궁전을 떠나가 버렸다고 한다. “조지왕이 내 몫까지 다 입지 않았소?!”

도대체 애국이란 무엇인가? 평생을 가족도 돌보지 않은 채 해외를 떠돌며 독립운동을 하는 것만이 애국이겠는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라에 이익을 끼치는 일이면 그 또한 애국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산업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산품 애용에 관한 캠페인은 일찍부터 있었던 일이다. 그렇담 그 일에 맨 먼저 정부가 앞장서야 함은 너무나 당연지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난번 국정감사(9월 20일자)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전체 재외공관 보유 차량 중 3분의 1이 외제차
량이었다고 한다.

뉴욕총영사관에는 보유차량 6대 중 3대가 외제차량이라 했다. 국산 차량과 외제 차량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인 차이가 난다면 심리적으로 외제차량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기도 하겠지만, USA 투데이가 9월 30일자 발표한 기사에 의하면 현대가 만든 ‘제네시스’가 아주 호평을 받고 있음을 자랑하고 있다.온 세계가 경제공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차제에 가능한 한 절약을 함으로써 조금이나마 나라 살림에 보탬이 된다면 이 또한 애국이 아니겠는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를 정부 차원에서 솔선수범해 줄 것 같으면 백성들이 감동을 받아 따르게 되리라 믿는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