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설‘ 호놀룰루’의 사진신부

2011-10-29 (토) 12:00:00
크게 작게
김보경
대학강사·수필가

한 미국친구가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도 꼭 읽어야 한다 며, 책을 반강제 로 빌려 주었다.

읽고 나서 독후 감을 얘기해 달 라는 부탁과 함 께 했다. 2009년에 출 간된 ‘호놀룰루’ 라는 이 책은 하 와이 한인이민‘ 사진 신부’의 삶을 그린 이야 기여서 흥미로웠다.


한국인이 주인공인 영어 소설은 대개 한인1세나 2세에 의해 쓰여 졌 는데, 이 소설은 미국인에 의해 쓰여 져서 더 욱 그랬다. ‘섭섭이(Regrettable)’이라는 여주인공의 1 인칭 소설은 그녀가 태어나는 1897년부터 시작된다.

영어독자를 위해 한국 풍습을 상 세히 설명한다. 첫 장부터 아들 선호, 달 아 래 떡을 놓고 아들 낳게 해달라는 기도, 남 아와 달리 여아에겐 마구 붙여지는 이름, 음 력 1월1일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나이 등을 소개한다.

몇 장도 채 읽기 전에 시어머니의 며느리 학대에 대한 사회구조적 설명, 민며느리제도 등까지의 설명을 보며, 항상 타문화를 배우 고 싶어 하는 그 친구가 왜 그렇게 재미있어 했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더 읽다보니 그런 부분들에서 뭔가 어색하고 허전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예 를 들어, 식사 도중 인삼차를 상에 올린다든 가‘, 섭섭이’가 이모네 집에 가면서 지게를 지 고 간다는 부분 등이었다. 남장을 했다면 모 를까, 열다섯 살 처녀가 외출한복을 입고 짐 잔뜩 실은 지게를 지고 도시로 먼 길을 나선 다는 게 가능했을까? 게다가 중상층의 양반 집 규수인데.

결국 난 친구에게 올바른 한국 풍습을 알리기 위해 그런 부분들을 따로 골 라냈다. 그 허전함은 ‘섭섭이’가 미국에 도착하면 서 더욱 커졌다. 예로, 현대사회에서 현대교 육을 받은 나도 처음 미국에 와 미국인들을 보며 그 생김새와 행동에 신기함과 호기심을 감추느라 애썼던 기억이 생생한데, 선교사로 부터 약간의 영어교육을 받았다 해도 미국 땅을 처음 밟는 구한말의 ‘섭섭이’가 미국인 들을 보며 아무런 느낌이 없다니.

소설에‘ 섭 섭’해졌다. 그래서인지 영어문장에서도 섬세 한 느낌이 우러나오지 않았다. 내 나름대로는 그런 면이 아쉬웠지만, 문 서상으로 자료 수집을 한 외국인 작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문화를 그만큼나마 설 명할 수 있던 작가의 노력, 섬세함에 감탄하 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하와이 한인이민 역 사현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인인 내게 도 교육적이고 감동적이다. 전혀 상상해보 지 못했던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엿보며 초 기 한인 이민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생 겨났다.


문학 수준엔 큰 차이가 있지만 이 소설은, 구한말 대륙식민회사의 농간으로 멕시코 농 장에서 노동착취 당한 한인들에 대한 역사 소설 김영하의 ‘검은 꽃’과 비교 될 만큼 중 요한 한인 이민역사 소설로 취급되어져야 할 것 같다. 아직 번역본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곧 한국어로 번역되길 바란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작가가 알란 브 레너트라는 남자라는 사실이다. TV 시리즈 ‘LA 법률’의 제작자, 작가로 에미상을 수상했 고, 골든 글로브상, 미 작가협회상 후보에도 올랐던 그는, 2003년에는 하와이 몰로카이 섬의 일곱살 소녀 레이철 칼라마의 파란만장 한 삶을 담은‘ 몰로카이’를 출간했다.

‘호놀룰루’가 여성 감각적 면에서 더 큰 허 전함을 남기고 있어서, 미국남자가 어떻게 1 인칭으로 동양여자 얘기 쓸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영화로도 많이 알려진 ‘게이샤의 추억’도 실은 아더 골든이라는 미국남자가 쓴 1인칭 일본여자 소설이다. 유명 만화책 ‘가부키’도 1인칭 일본여자 얘기로 데이비드 맥 이라는 근육질의 미국남 자가 작가다. 그는 자신을 숨긴 채 문제제시 를 하기 위해 자신과 육체적, 정신적, 지리적 으로 가장 먼 동양여자를 주인공으로 택했 다 한다. 글쎄? 가장 멀어서 신비로운 것에 대한 페 티시즘, 동양에대한 미국인의 관심도 상승으 로 얻는 비즈니스 효과 등이 진짜 이유가 아 니냐고, 동양여자인 내가 그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은 뭐라고 답할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