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이란 무엇일까

2011-10-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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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병 임(논설위원)
사야할 집도 팔아야 할 집도 당분간 없지만 심심찮게 질로(Zillow) 닷컴이 이메일을 보내온다. 질로 닷컴은 몇 년 전 이 사이트를 통해 집을 팔아볼까 하여 집 내부 사진을 찍어 오너 직접 판매로 올렸던 것인데 결과는 쭉정이처럼, 실속 있는 바이어는 얻지 못했다. 재테크를 할 형편은 아니지만 집값의 추이에 따라 경제를 내다볼 수 있어 현재 살고 있는 집 주소도 쳐보고 먼저 살던 집, 그 전에 살던 집 주소를 쳐서 그 동네 집값이 얼마나 오르내렸는 지, 어느 집이 팔렸는지 정보를 얻는 재미가 제법 괜찮다. 렌트 매물 가격, 재산세, 월페이, 모기지 금리뿐만 아니라 매물로 나온 집이나 콘도의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심지어는 해변가 별장지대, 연예인 집 매물까지 살펴볼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활상도 짐작할 수 있다.

집은 이민자에게 첫 번째 아메리칸 드림일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주택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지난 24일 모기지 대출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모기지 부채보다 주택 가치가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 수백만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주택 감정과 재융자 요건을 크게 완화한 이 프로그램은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재융자 기회가 박탈되었던 주택 소유자 중 얼마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그동안 깡통주택 소유자뿐만 아니라 집을 사려고 해도 모기지 융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바이어의 경우 현금을 수십만 달러 다운페이 하고 불과 십만 달러 융자하려고 해도 수입증명이 안된다고 모기지 융자를 못받아 클로징이 미뤄지거나 안되었다. 셀러 역시 돈이 급해서 집을 팔려는 것이고 집이 팔리면 교육비, 여행, 외식 등 소비를 하여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려는 것일텐데도 앞뒤가 꽉꽉 막혀버리니 경기는 더욱 침체되었다.어쨌든 이번 모기지 대출 프로그램의 실제 혜택이 집주인들에게 돌아가고 경제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또한 최근에 50만달러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 체류비자를 부여하는 법안이 연방의회에서 추진 중이다. 단독주택, 타운하우스, 콘도 등 주거용 부동산 구입에 현금 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이 그 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3년짜리 체류비자가 발급되고 구입한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동안 횟수제한 없이 연장 가능하며, 배우자와 18세미만 자녀도 동등한 비자가 발급된다고 한다.


지난 1, 2년사이 뉴욕시 부동산에 러시아와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으로 투자를 해오고 있는데 한국인들도 만만찮게 이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자녀 유학을 위해 맨하탄에 콘도를 사거나 학군 좋은 곳에 집을 구입하여 살고 있는 한인들도 제법 있다.수많은 서류미비자들만 애꿎게 “만약에 내게 50만달러가 생긴다면은” 하고 노래를 하게 생겼다. 집을 사면 경찰을 봐도 피하지 않아도 되고 운전면허도 딸 수 있고 18세미만 자녀들도 아무 걱정없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돈이 없다. 이 역시 있는 자들을 위한 프로그
램이다.그래도 이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은 이례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해 초당적인 지지를 획득하고 있다. 특히 장기침체에 허덕이는 미 부동산 업계는 앞장서서 이 법안을 강력히 후원하고 있어 의회 통과 전망이 밝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인 부동산업계도 막힌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여행, 서비스업을 비롯, 장기간 어려움에 처한 한인경제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집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 휴가여행에서 돌아오며 집에 들어선 순간 ‘아, 드디어 집에 왔구나, 집에 왔다’하여 마음이 편안하고 넉넉해졌었다. 집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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