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

2011-10-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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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였을 당시인 2005년 3월 뉴욕을 방문했을 때 잠시 만난 기억이 난다. 그녀가 숙소인 맨하탄 콘티넨탈 호텔에서 현지 언론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였다.질의응답 형태로 진행된 간담회에서 차례가 돌아오자 질문을 던졌다.“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먼저 정부의 어떠한 부분을 고치겠는가?”라고.

이에 “정치는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돼야 하고 국민이 피곤해 하거나 기가 막히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점에서 (작금의) 정치가 충분히 부흥하지 못한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깨끗하고 국민을 위한, 국민을 통합해 하나로 힘을 합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경제 발전을 비롯해 국가 발전은 국민의 통합이 가장 기본이므로 갈등으로 갈라지면 절대 발전하지 못한다”라는 것. “통합.” 짤막하고 간단하면서도 질문의 핵심을 이해, 반영한 답변이었다.

기자는 늘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파악하는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발달한다. 당시 만난 박 대표로부터 느낀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이 이전 뉴욕을 찾은 여러 한국 정치인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갖게 했던 것이 기억난다.그런데 느닷없이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지금 떠올리는 것은 얼마 전 한국 언론 보도를 통해 박 전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전폭 지지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나 후보라면 지난 대선 이후 ‘친박’, ‘친이’ 진영으로 분열된 한나라당의 ‘친이’측 핵심인물.최근 미 연방의회조사국이 발행한 ‘한미 관계’ 보고서는 한나라당의 이 분열을 청와대에 들어선 “‘친이’측이 ‘친박’측을 밀어내서”라고 지적했다.이 보고서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행정을 ‘레임덕’이 아닌 실세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당의 단합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25일 현재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도와 함께 나란히 막판 유세를 벌이는 소식이 한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다.박 전 대표가 6년7개월 전 뉴욕에서 기자에게 강조한 ‘통합’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을 보면서 당시 그녀가 풍긴 ‘부드러움 속의 강인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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