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친 개’의 최후

2011-10-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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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미친 개’ 카다피가 결 국은 개 같은 최후를 맞았다. 자 신의 본거지 시르테가 함락 위 기에 처하자 무장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탈출하다가 나토군의 공습을 받고 허둥지둥 하수구로 피신했다 반군들에 발견돼 사살 된 것이다. 여기저기 총상을 입 고 벌거벗겨져 바닥에 누운 그 의 시신에서 42년간 절대 권력 을 휘두르며 리비아 국민 위에 군림하던 독재자의 모습을 찾기 는 어렵다.

그의 처참한 몰락은 역시 대 대손손 부귀영화를 꿈꾸다 총 살된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그 를 능가하는 잔혹한 공포 정치 를 펼치다 쫓겨나 토굴에서 발 견된 후 처형된 이라크의 후세 인, 수 천 명의 무고한 미국인을 살해하고 좋아서 낄낄대다 사살 된 오사마 빈 라덴과 닮아 있다.

수 십 명의 미녀 경호원을 이 끌고 스스로 ‘왕중왕’을 자처하 며 기행을 일삼던 카다피는 국내 적으로는 무자비하게 국민을 탄 압하고 국외적으로는 팬암기 폭 파 사건, 베를린 디스코텍 폭파 사건 등을 저지르며 지난 수 십 년 간 오사마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미국인을 죽인 인물이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반군 발 표에 따르면 그가 해외로 빼돌 린 재산은 종전 집계의 2배인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구 600만인 리비아 국민 1인당 3만 달러씩 나눠 줄 수 있는 돈이다. 먹기도 참 엄청 먹었다.

그럼에도 반미의 선봉에 섰다 는 이유로 좌파는 그에게 무척 관대했다. 서구의 지식인들은 그 의 텐트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 누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고 그 는 그들의 책을 읽었다며 그들 의 환심을 샀다.

카다피 사망으로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의 봄’은 새로운 동 력을 얻게 됐다. 부자 세습으로 독재 정권을 넘겨받아 주기적으 로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는 시 리아의 아사드나 누구 못지 않 은 장기집권을 자랑하고 있는 예멘의 살레 모두 가중된 사퇴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자유와 평등은 인간의 기본권 이며 이를 보장하지 못하는 정 부는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상은 미국의 건국이념이며 인 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의 하나다. 근대 이후 인류 역사 는 온갖 굴곡에도 불구하고 이 이념의 실현 과정 이상도 이하 도 아니다. 이 대세를 거스르는 어떤 제도나 국가, 이념도 역사 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 이 외의 운명을 기대할 수 없다. 그 런 관점에서 보면 중동 민주화 는 가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의 문제다.

입만 열면 독재 타도와 인권 을 부르짖던 수많은 한국의 인 권 운동가와‘ 진보적’ 지식인, 언 론은 카다피의 사망에 대해 굳 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 대표 적 ‘진보’ 언론은 사설을 통해 그의 몰락을 환영한다면서도 글 의 대부분을 반군 내부 갈등과 석유 이권을 노린 서방의 흉계 에 할애했다. 내심 그가 무너진 것을 못마땅해 하는 눈치다.

자칭 ‘진보’는 후세인이 죽을 때도 오사마가 사살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수 십 년 간 국민을 탄압한 후세인이나 죄 없는 수많은 생명을 짓밟은 오사마를 처형한 것은 정의의 관점에서 온당한 일임에도 ‘진 보’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이번 리비아 사태는 독재에 저항하는 전형적인 민중 봉기의 형식으로 시작됐다. 서방의 개입 은 이들이 카다피 정부군의 공 세로 전멸될 위기에 처해서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진정 리비아 국민의 인권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리비아 국민 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 는 반군의 승리와 카다피 축출 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한국‘ 진보’의 인권에 대한 이 중 잣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 니다. 이들은 국민의 절대 다수 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이명박 을 ‘독재자’ ‘쥐박이’라고 부를 줄은 알아도 3대째 세습 왕조 를 이어가며 2,000만 북한 민중 을 벌레처럼 짓밟고 있는 김씨 부자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한다. 훗날 북한 민중이 들고 일어나 김씨 왕조를 타도하는 날 이들은 누구 편을 들 것이며 어떤 입장을 보일까 궁금하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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