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반갑다, 김한솔

2011-10-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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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만일 그를 만나면 “반갑다, 김한솔” 덥석 손을 잡고 악수할 것 같다. 신문에 몇 차례 그에 관한 기사가 났었고, 그것을 주의 깊게 읽는 동안 어느새 친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반갑다’는 지나친 과장이 아닌가.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이 글을 계속 읽을 수 밖에 없다.

반갑다 1, 그는 아주 친숙한 한국의 얼굴이다. 서울이나 뉴욕에서 만나는 한국계 소년들의 얼굴이다. 풍부한 가정에서 영양 공급을 잘 받은 편안한 얼굴이 알맞게 미소 짓고 있으니 그의 건강이 반갑다. 그가 속한 북한 어린이들이 모두 그러냐고 묻고 싶지만 그냥 지나간다. 한솔이 책임질 일이 아니니까.


반갑다 2, 그는 평양을 벗어난 외국에서 공부한다. 부모의 가정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유년기를 지났으니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도 좋겠다. 그것도 다른 문화권의 친구들과 생활하고 있으니 더욱 좋은 환경이다. 옆에서 시중 드는 사람들을 배제한 것과 따로 경호인이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자기 스스로 성장에 노력할 수 있는 시기다.

반갑다 3, 그는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나라들의 생활을 직접 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다. 왜 북한 사회의 발달이 더딘 지, 아직도 가난한 지, 배고픈 사람들이 많은 지... 등을 깊이 생각해 볼 기회이다.

반갑다 4, 어떤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최고선의 방법을 찾는 방법에 익숙하게 될 것이다.

반갑다 5, 언젠가 읽은 기사 중에, 유럽의 어떤 나라에서 남북한 학생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며 서로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다. 남북한 통일의 문제를 어쩌면 해외 한국계 동포들의 열성과 지혜로 풀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다. 국내보다 세계 정세에 예민한 것이 해외생활이니까.

반갑다 6, 가족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가족 상호간의 의견나누기일 수 있다. 한솔이도 사물에 대한 느낌을 가족과 자주 이야기하길 바란다.

반갑다 7, 한솔이 미국에 여행 오거나 유학 올 수 없을까? 북한 학생들이 여러 대학에 유학온 것으로 알고 있다.

청소년기에 자주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기 바란다. 꼭 초대하고 싶다.사실은 필자가 맡고 있는 학교에도 다른 ‘한솔’이 있다.


이름이 좋아서 그를 부를 때마다 싱그러운 소나무 향기가 교실에 가득 퍼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김한솔’을 알게 된 기회에 놀랄만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싶다.

한솔이는 할머니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필자는 할머니를 알고 있다. 필자가 서울에 있는 알려진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이던 시절, 그 분은 6학년 학생이었다. 필자 또한 그 학교 졸업생이니까 우리는 동창생인 셈이다. 이렇게 몹시 뒤얽혀 있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김한솔이 ‘한국기자’ 만나기를 꺼린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그들이 왜 만나고 싶어할까 생각해 보자.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기자를 비롯한 우리들은 알고 싶은 것이다. 김한솔과 그 연장선에 있는 북한을 좀 더 자세히. 즉 통일 방법 연구의 자료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의 통일은 우리의 문제이며 세계의 과제라고 하겠다. 현재의 판세로 보면, 한국을 강대 세력의 완충지대로 유지하려는 눈치다. 우리가 세계를 설득하는 방법은 ‘한국의 통일이 세계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이해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한민족의 반만년 유구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김한솔이 다음 동시를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되었다 통일 윤석중 지음/되었다, 통일. 무엇이? 산맥이. 그렇다!/우리 나라 산맥은 한줄기다, 한줄기./되었다, 통일. 무엇이? 강물이. 그렇다!/우리 나라 강들이 바다에서 만난다./되었다, 통일. 무엇이? 꽃들이. 그렇다!/봄만 되면 꽃들이 활짝 핀다, 일제히./되었다, 통일. 무엇이? 새들이. 그렇다!/팔도 강산 구경을 마음대로 다닌다./통일이 통일이 우리만 남았다. 사람만 남았다.

허병렬(교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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