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에밀리 왓슨)과 어릴 때 호주로 불법 출국당한 잭(휴고 위빙·왼쪽)이 해변을 걷고 있다.

지난 1940년대와 50년대에 영국 정부가 수천명의 미혼모의 아이들을 불법으로 호주로 추방했던 실화를 다룬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충격적이며 또 가차 없이 사실적인 훌륭한 드라마다. 이 내용은 지난 80년대 여성 사회봉사자인 마가렛 험프리스가 폭로할 때까지 영국과 호주 정부가 모두 쉬쉬하며 감추었던 부끄러운 역사로 이런 사실이 드러난 지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고든 브라운 영국 수상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마가렛의 집요한 진실 추구 노력과 어렸을 때 강제로 어머니 곁을 떠나 외지에서 고생을 하며 자라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겪는 어른들의 내적 상처를 진실하고 담대하게 그린 영국 영화로 눈물을 흘리게 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원작은 험프리tm가 1996년에 쓴 책 ‘비어 있는 요람’(Empty Cradles).
영화의 감독은 영국의 사실주의 감독 켄 로치의 아들 짐 로치로 그의 데뷔작인데 아버지의 솜씨처럼 꾸밈이나 가식이 없고 감상적이지 않으며(매우 감상적일 수 있는 내용이다) 직설적이요 솔직하고 현실적이다.

노팅엄에 사는 사회봉사자인 마가렛(에밀리 왓슨)은 어느 날 호주 여인 샬롯(페더레이 홈즈)으로부터 ‘내가 누구인지를 밝혀 달라’는 강력한 요구를 받고 여인의 신원 확인에 나선다.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이 역시 사회봉사자인 마가렛의 남편 머브(리처드 딜레인). 둘 사이에는 어린 남매가 있다.

마가렛은 샬롯이 과거 미혼모의 딸로 정부에 의해 강제로 어머니로부터 떼어져 ‘오렌지와 햇빛’의 나라인 호주로 강제 이송된 수천명의 아이들 중 하나라는 것을 발견한다. 마가렛은 영국과 호주 정부의 비협조를 무릅쓰고 단독으로 샬롯의 어머니를 찾아낸다.

이어 마가렛은 역시 어렸을 때 호주로 간 오빠 잭(휴고 위빙)을 찾는 영국 여인 닉키(로레인 애쉬번)와 함께 호주의 퍼스로 가 두 남매가 극적인 상봉을 한다. 그런데 잭은 어릴 때 겪은 고통스런 성장 경험과 자기 정체를 못 찾아 텅 빈 내면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다.

마가렛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마가렛에게 자신들의 어머니를 찾는 편지가 수백통이 날아든다. 글을 쓴 사람들은 모두 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가혹한 노동과 성추행과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또 자신들의 어머니가 죽었다고 거짓 통보를 받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인데 한 사람 예외가 가톨릭 고아원에서 자란 뒤 크게 성공한 렌(데이빗 웬햄). 냉소적인 렌은 처음에는 마가렛의 노력을 비웃다가 그의 성실한 마음에 감복을 받아 마가렛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마가렛의 가족 찾아주기 운동이 점차 알려지면서 뉴스의 초점이 되나 영국과 호주 정부는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취한다. 마가렛은 일을 위해 영국과 호주를 분주히 오가며 자신을 헌신하는데 호주에서는 교회의 오점을 들춰냈다는 이유로 익명의 공갈과 협박까지 받는다. 그러나 희생자들의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마가렛의 강한 결의를 꺾지는 못한다.

연기파인 왓슨이 연민에 가득하면서도 강인하고 야무진 연기를 완벽하게 하고 위빙의 고독하고 갈등하는 연기와 이에 대조되는 웬햄의 매정하고 무뚝뚝하다가도 온정이 있는 연기도 아주 좋다. 촬영과 음악도 훌륭하다.

R. 랜드마크(310-281-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