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대잔치 쓰레기 유감

2011-10-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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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용(뉴저지)
오래 전 가족이 여행을 하며 호텔에 묵은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신 어머니께서 침대 주변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계셔서 “어머니, 호텔에는 청소하는 사람이 있어서 정리하실 필요가 없어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시며 “나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내가 사용후 흐트러진 잠자리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구나...”

얼마전 동부지역 추석대잔치 행사에 가게 되었다. K팝 열풍으로 많은 타인종 젊은이들과 많은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판매 부스에 가서는 실망감에 빠졌다. 가격표시도 안되어 있었으며 한식세계화를 외치면서 음식이름조차 영어표기가 없었고, 도로상에 그냥 비위생적으로 진열되어 있으며 쓰레기통 주위에는 쓰레기가 넘쳐나는데도 상인들은 파는 것에만 열중이고 쓰레기 처리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식탁과 의자를 마련해 놓았지만 벌써 구경꾼들에 의해
서 잔디밭 이곳저곳으로 옮겨져 식탁 위에 올라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공연이 끝날 즈음에는 노인 한 분이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어둠 속에서 쓰레기를 한곳에 모으고 계셨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널려진 쓰레기 앞에 혀를 내두르며 그냥 포기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셨다. 공연이 끝나고 며칠후 지역신문에 공연장 쓰레기에 대한 비난 기사가 실렸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성대하게 치러진 행사가 퇴색된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한국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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