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객을 감동시켜라

2011-10-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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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주 영(주필)
자본주의의 말기증세 조짐일까? 99%의 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1% 부자들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달 전 월가에서 시작된 못 가진 자들의 항의시위가 요원의 불길처럼 국내외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지구촌의 살림살이가 피폐해졌다는 증거다. 실물경제에도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인들의 한숨소리가 요란하다. 아파트 렌트를 감당하기 어렵고 우체통엔 희소식이 아니라 각종 공과금 고지서 아니면 지불한 수표가 부도 난 것을 알리는 메일만 있다며 한탄한다. 한인 자영업자들도 그냥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싶다는 게 공통적인 푸념이다

지금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전 미국, 아니 전 세계가 경제불황 속에 허덕이고 있다. 그렇다고 울상만 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시 일어설 각오와 용기를 추스릴 때이다. 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때 오히려 이를 기회삼아 업체 운영상의 문제점들을 한번 짚어 보고, 허물어진 울타리는 없나, 경영자로써 정신상태가 타성화된 건 아닌가, 고쳐야 할 점은 없나 등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고려청자의 신비를 잘 알고 있다. 선조 장인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금만 흠이 있어도 부수어 버리고 다시 만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완벽하게 구워진 청자를 감상하며 감동한다. 감동을 주지 않는 작품들은 다 역사의 뒤안길로 매장돼 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작품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걸작품으로 남아있다. 내 가게도 고객들을 감동시키고 있는지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식당의 음식에 고객들이 입맛을 다시며 감동하는가?” “우리 네일샵에서 해준 매니큐어, 페디큐어에 고객들이 ‘원더풀’을 연발하며 감동하는가?” “우리 세탁소에서 빨아준 옷에 고객들의 입이 벌어지며 감동하는가?”…이들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불황은 없다.


고객에게 “하이!”나 “메이 아이 헬프 유?”처럼 간단한 인사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고객이 업소에 들어와도 소 닭 보듯 하지는 않는가. 아침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기 표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돈 안 드는 미소와 인사말, 유머, 배려 등이 의외로 불황타개의 노하우가 될 수 있다.“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은 우리네 비즈니스에도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획기적인 캐치프레이즈이다. 자동차 정비소에선 “내 고객의 차를 내 차처럼,”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내 환자의 건강을 내 건강처럼,” 법률사무소에서는 “내 고객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생각한다면 고객은 반드시 감동을 받게 돼 있다.

고객을 보면 속이려 들고 바가지를 씌울 궁리만 한다면 오늘 하루만 장사하고 내일 문을 닫겠다는 하루살이 비즈니스일 뿐이다. ‘대충대충’ ‘빨리 빨리’ ‘속임수’ 등 한인들의 나쁜 속성은 이제 몰아내야 한다. 고객들에게 정직과 성실과 믿음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 원래 그것이 비즈니스맨들의 본분이다.

요즘은 돈만 되면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다. 돈 안 드는 감동도 그 중의 하나다. 주인이 고객에게 감동을 주면 고객은 지갑을 풀게 돼 있다.불후의 바이얼리니스트인 파가니니가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서투르게 바이얼린을 연주하며 동냥하는 소녀를 목격했다. 그는 소녀에게 바이얼린을 잠깐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내 그 싸구려 바이얼린에선 환상적인 멜로디가 울려나왔고 행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몰려들었다. 파가니니의 자선연주에 감동을 받은 행인들은 소녀의 바이얼린 케이스에 동전을 던졌다.

감동이 돈이 된다는 사실은 뉴욕에서도 목격됐다. 애플사의 창업주인 고 스티스 잡스가 우리에게 확실하게 보여준 교훈이다. 지난 주 한 사핑 몰에 들렀을 때 대부분의 상점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었지만 애플사 전시매장 안에는 고객들이 바글바글 붐볐다. ‘감동’은 불황이라는 절망 속에 꼭꼭 숨어있는 다이아몬드 같은 노하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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