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효(孝)와 불효(不孝)

2011-10-1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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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6.25참전유공자)

쌀쌀한 날씨가 다가오니 플로리다 탬파에 살고 있는 둘째딸이 추운 겨울에 뉴욕에 계시지 말고 이곳에 와 계시라며 항공권 예매표를 보내왔다. 올랜도에 사는 아들은 이곳에 와서 골프를 치면서 즐겁게 겨울을 지내라니 한결 마음이 놓이면서 옛날 일들이 다시 생각나게 된다. 8.15해방후 우리의 좋은 토지는 다 빼앗겨 가난한 생활을 하게되니 겨울동안 아버님은 기침이 심해 고생을 하곤 했는데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소의 내장인 지라(간과 비슷)를 양념해서 드시
면 한동안 기침이 멈췄던 생각이 난다. 모두 영양실조에서 왔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생각을 잊을 날이 없었는데 순대를 만들어 팔면서 노인들에게 삶은 지라를 음식에 넣어드렸더니 맛있게 드셔서 6.25전쟁으로 생이별한 아버님에게 직접드리지 못한 불효자식으로서 다시 한번 노인들을 대접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뉴욕에서 최초로 노인들에게 한국고유음식을 대접하여 뉴욕한인회 창립50주년때 필자가 경로잔치를 치렀다는 내용이 게재된 바 있다. 하지만 항상 불효자식의 몸이라는 생각에 묘소에라도가 불효자식의 용서를 빌려고 생각하고 2002년 여름에 전 미주내에서 북한에 성묘단 모집이 있어 거기에 응모하여 52년만에 고향인 북한 땅을 밟았다.

하지만 당시 장마가 심했다는 핑계로 성묘를 시키지 않고 그대로 돌아오도록 해서 지금까지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것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 부모님 생존해 계실 때 성심껏 부양하여 효자라는 소리를 모두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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