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섞여 사는 지혜

2011-10-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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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효 섭 (아동문학가/목사)

10월 24일은 국제연합의 날(UN Day)이다. 한국만큼 국제연합의 혜택을 입은 나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회원국이 193개국이며 동서, 빈부, 인구의 차이 없이 한 나라가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을 보아도 UN의 이념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인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대변한다. UN 사무총장은 2만 명의 직원을 임명할 수 있는 엄청난 자리이다. UN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세계 평화와 공익을 위하여 협력하는 기구이다.

나는 협력만큼 중요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UN 정신이 곧 협력이다. 내가 협력하고 내가 사랑한다면 지구는 더욱 더 발전하고 인류는 행복한 가족이 될 것이다. 아집을 버리고 가슴을 열어야 한다. 상자 속에 자기를 가두지 말고 넓은 하늘을 향하여 독수리와 같이 시원하게 날개를 펴야 한다. 혼자 꿈꾸는 것은 꿈으로 끝난다. 함께 꿈꾸는 것이 실현의 가능성이 크다. 미시간 호수만한 좁은 한국에서 아직도 지역감정이 논의되는 것은 부끄러운 후진성이다. 밀어주고 아껴주고 협력하는 마음씨가 나와 너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성경은 벽두에 살인사건을 다루었다. 가인이 질투하여 동생을 죽인다. “네 동생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하는 신의 질문에 “내가 동생을 지키는 자입니까?”하고 반발한다. 이웃과의 무관, 형제간의 단절, 공동체 부정을 성경은 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고립과 오만과 이웃부재가 죄의 뿌리이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다 더불어 사는 삶에서 가치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낙원을 회복하는 길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에서 체험할 수 없었던 다인종, 복합문화 사회를 극복하고 동화하는 실험에 200만 명이 참가하고 있다. 그러기에 미주 속의 한인은 다양 속의 통일을 온 세계에 실증해 보일 수 있는 중차대한 위치에 서 있다.집단개인주의를 이부영 교수는 ‘끼리끼리 병’이라고 재미있게 표현하였는데 한국인이 빨리 극복해야 할 병이다. 내 회사, 내 교회, 내 집안만 잘 되면, 이웃이야 어떻게 되든 신경 쓸 것 없다는 태도는 너와 나 모두의 발전을 막는 독소이다. ‘더불어 사는 지구촌’이 인류의 새 지표가 되어야 한다. 요즘 한국 정계에서 활발하게 토의되고 있는 소위 ‘복지 논쟁’도 더불어 사는 사회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냐 하는 논쟁이다. ‘모두의 복지’를 도외시하고 ‘나의 복지’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남북전쟁 때까지만 해도 미국을 복수로 받았다. 즉 The United States are...였다. 그러나 남북전쟁 종결 후 단수로 받기로 고쳤다. 그래서 The United States is...로 쓴다. 여러 주, 많은 인종, 다양한 문화가 모여 있으나 한 나라라는 뜻이다. 미국의 장래는 인종과 문화의 갈등을 어떻게 잘 극복해 나가며 평화의 화음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데에 달려있다.
이 화음 만들기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 인구의 급격한 이동 때문에 지금은 모든 나라의 문제가 되어있다. 현대의 정치, 경제, 교육, 종교의 갈 길은 인류의 화음 만들기이다. 인류는 한 팀이다. 인류는 한 배를 탔다. 나 혼자 잘 되는 것은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흥하고 저는 쇠해야 한다는 못된 생각이 있기 때문에 때려눕히고서라도 내가 밟고 일어서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짐승 같은 마음이 되는 것이다.

국제화란 말이 유행되고 있지만 그것은 영어 조기교육 같은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국제화되어야 한다. 다른 인종,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대한 이질감이 극복되고 누구와도 한 팀이 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결혼, 주거, 여행, 문화활동 등에서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넓은 생각을 가질 때가 되었다. 수천 년 동안 단일문화 속에서 살아왔지만 미주에 사는 한인들이 역사적인 사명감을 가지고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민족의 선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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