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다양한 우리

2011-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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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희 은 (경제팀 기자)

지난 10월1일 코리안 퍼레이드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학교 꽃차를 탄 백인 꼬마를 만났다.동성가정의 1남1녀 중 장남인 다섯 살짜리 꼬마는 자신은 엄마만 둘인데 그 중 하나가 한인이라고 나에게 소개했다. 동성가정이라는 이유로, 한 한국학교에서 입학을 거절당한 적도 있다는 이 가정은 기자의 사진 촬영에 기꺼이 응했다. 한인 엄마는 “아이들이 컸을 때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동성 가족임을 숨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25살의 이란인 의대생 남성은 자신이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초·중학교를 다녔다는 그는 현재 다니고 있는 의대를 마치면 한국으로 가 한의학을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일 후에는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며 “어릴 적부터 꿈이던 한의사가 될 것”이라고 유창한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한 백인 부부는 한인과 흑인인 두 자녀를 데리고 펜실베니아에서 퍼레이드를 보기위해 뉴욕까지 올라왔다. 자유롭고 편안함을 지향한다는 이 부부는 지난해에도 아빠는 치마, 엄마는 머리를 밀다시피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코리안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뉴저지 추석대잔치, 뉴욕 추석대잔치 등 한국문화를 미국 땅에 알리는 행사들이 10월 들어 연달아 열렸다. 이 행사들은 한국 문화를 매개로 오히려 미국을 이루는 다양한 문화를 만나게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보게 되고 만나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같은 대상, 같은 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다. 한국문화가 미국에 알려진다는 것도 대단한 의미를 지니겠지만, 미국사회의 다양한 인종들이 한국문화 공유를 기회로 삼아 서로에 대한 교감과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을 통해 “우주라는 세계가 아름다운 것은 다양함 속에 통일된 하나의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통일 속에서 다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런 면에서 지난 주말 열렸던 뉴욕 추석대잔치에 대한 뉴저지 레오니아 메리헤브론 시장의 발언은 안타깝다. 헤브론 시장은 한 일간지의 인터뷰에서 한인들의 추석대잔치로 경건해야 할 유태인의 명절, 욤키퍼가 방해를 받았다고 행사를 폄하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참여하는 타인종의 수가 한인들의 수에 버금갈 정도로 지역 전체의 축제가 되는 자리였다. 문화를 통해 서로 교감했던 젊은이들이 함성이 다음에는 소음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또 이번 발언으로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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