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을 사는 처세훈

2011-10-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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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 희(교육가/수필가)
몇 년 전 신문 방송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븐업이라는 노인들의 수칙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그 기사 내용을 흥미 있게 보고 그냥 흘려버릴 수 있었다.
요즈음 다시 그 글을 읽으면서 정말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깊이 생각하고 음미해 본다.

일곱가지 업(up)이란 1. Clean up 2. Dress up 3. Shut up 4.Show up 5. Cheer up 6. Pay up 7. Give up인데, 첫째 클린 업이란 나이 들수록 집과 환경을 또 자기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분기별로 주변을 정리하고 필요 없는 물건을 과감하게 떨어낸다. 귀중품이나 때묻은 물건들은 살아 생전에 선물로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의 드레스 업이란 항상 용모를 단정히 하고 구질구질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옷도 잘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셧 업이란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하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는 입을 다물어라는 뜻인데 이것이 나이 든 사람으로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일 것 같다. 다음 쇼우 업은 자기가 지금까지 참석하던 모임이나 회의에 빠지지 말고 참석하라는 뜻이겠다. 다섯째는 치얼 업으로, 언제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주위를 활기차게 이끌어 가는 노인이 되라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다음은 페이 업, 자기 몫은 자기가 지불하고 서로 많이 나누고 베풀어라는 뜻이다. 지갑을 활짝 열고 베푸는 돈 많은 노인이 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을까. 그런 노인이 부럽기만 하다.제일 마지막 업은 기브 업이다.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잊어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는 것이 문제이며 이것이 되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노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 열거한 세븐 업 중에서 내가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세번째의 셧 업과 마지막의 기브 업이다. 입을 다물고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말은 앞으로 노력해서 이룰 수는 있을 지언정 아직은 실천하기 어려운 수칙이다. 입에 붙은 말로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할 수 없는 나는 아직 행복한 노인이 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생을 지혜로운 노인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위에 말한 7가지 수칙을 잘 지키며 살기를 원한다.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며 살고 싶다.세계 인구 100억중에 노인 인구 20억인데 의학이 점점 발달하여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것도 문제이고, 세상의 마지막 때의 징조가 확연하게 보이는 것도 문제이며, 앞으로 이루어져 가는 세상에서 베리칩을 맞아야 하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문제투성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런 대로 살다가 떠나가겠지만 새로 태어난 갓난아이들,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과 청장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의 큰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피노자가 말한 대로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지키며 묵묵히 자기 할 바 최선을 다 하며 살면 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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