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증기를 이용해 물건을 움직 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안 사람 은 그리스 인들이다. 그들은 물을 끓일 때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움 직이는 차의 모델을 이미 2,000년 전에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모델 은 장난감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 를 경제적으로 실용화하는 데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애가 산적해 있는데다 현실보다는 추상적 이론 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리스 인들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갖 난제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증기기관을 만드는데 성공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사람 제임스 와트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이나 동물의 근육이나 바람, 물 이 아닌 화석 연료를 이용한 동력 을 활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처음 탄광의 물을 퍼내는데 사용되 기 시작한 증기기관은 대규모 공 장의 기계를 돌리는 것과 함께 이 렇게 생산된 물건을 값싸게 어디 든지 수송할 수 있는 증기 기관차 와 기선의 발명을 가능케 했고 결 국 이같은 연쇄적 기술 혁신은 산 업혁명으로 이어졌다.
18세기 산업혁명은 1만 년 전 농업혁명 이후 가장 크게 세상을 바꾼 사건이다. 숱한 부작용에도 불구,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과 거와는 비교할 수 없게 발전시켰 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 로 늘어나고 인구수도 급증했다. 인간이 갑자기 아이를 많이 낳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과거 먹을 것 이 없고 병에 걸려도 쓸 약이 없어 죽어가던 인간들이 값싼 물품 의 대량생산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산업혁명이 왜 하필 자그 마한 서구 변방의 섬나라 영국 에서 일어났을까. 그 직접적인 원 인은 1624년 제정된 ‘특허법’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은 인류 역 사상 처음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 는 법을 제정한 나라다. 쓸모 있 는 새 발명을 한 사람에게 그 과 실이 돌아가도록 보장한 것이다. 그 결과 특허와 새 발명품이 쏟 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산업혁명인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특허권을 갖고 있는 40 대 역대 발명가 중 75%가 영국과 그 영향권 아래 놓여 있던 영미 권 출신 사람들이다. 이들 발명가 중 우리에게 제일 잘 알려진 사람은 토마스 에디슨이다.
올해로 사망 80주년을 맞는 그는 살아생전 1,093건의 특허를 취득, 아직까지 미국인으로서는 1 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난한 가정 의 일곱째이자 막내로 태어나 불 과 3개월 학교를 다닌 것이 전부 인 그는 독학으로 당시 첨단 과학 을 섭렵하고 캔디와 신문을 팔며 14개 회사를 설립했다.
그 중 하나 가 지난 100여 년 간 다우존스 산 업지수 30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 게 바뀌지 않고 남아 있는 GE다. ‘21세기의 에디슨’으로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7일 오랜 췌장암과의 투병 끝에 사망했다.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 달아 내놓으며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고 세상을 바꾼 그의 죽음을 사람들 은 애도하고 있다. 미혼모의 아들 로 버려져 한 때 콜라 깡통을 주 워 팔며 생계를 유지했고 학력이 라고는 대학 6개월 중퇴가 고작 인 그의 삶은 에디슨과 많이 닮아 있다.
와트와 에디슨, 잡스 모두 천재 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들이 모두 영 미권 출신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 다. 식민지 시절 영국에서‘ 특허법’ 이 제정된 지 불과 17년 뒤인 1641 년 매사추세츠는 첫 특허를 인정 했다. 미합중국이 세워진 후 연방 의회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특허법을 제정한 것이다. 경제와 사회의 발전은 근본적 으로 기술혁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보다 적은 비용으로 사고 질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 발전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중국 은 종이와 나침반, 화약과 인쇄술 등 소위 4대 발명품을 만든 나라 다. 그러나 누가 이를 발명했는지 종이를 빼고는 대체로 모른다.
반면 증기기관과 전구, 아이팟 발명 자가 누군지는 안다. 그것이 중국은 근대화에 실패하고 영미는 한 때 세계를 제패했거나 하고 있는 이유다.
잡스가 중국에서 태어났 더라면 아직까지 넝마주이를 하 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미국은 아직 희망이 있는 나라라 는 생각이 든다.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