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판단력을 잃은 교회

2011-10-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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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자유기고가)
얼마전 한국의 초대형 교회와 또 다른 대형교회의 목회자의 미심쩍은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재정관리와 비리에 대해 한 유명 TV방송국에서 방영을 했었다. 성경은 교회의 문제들을 교회내에서 해결할 것을 말한다. 요즈음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비리들이 신문지상을 덮는다. 방송을 타고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하고, 사회 법정으로 번져가기도 한다. 그 당사자들은 나름대로의 그 행동에 대한 이유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 이유는 한마디로 교회가 그를 판단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떻게 교회가 그 능력을 상실했는가? 교회가 그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본질을 상실한 교회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다. 사도 바울이 교회의 문제는 교회안에서 해결하라는 말을 한 것은 교회의 교회됨을 전제로 하고 있는 말이다. 교회의 근본을 상실한 교회는 더 이상 교회의 구실을 온전히 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신앙의 변질과 아울러 본질의 오해, 잘못 전달되어 오는 관습과 그 속에 자리잡은 개인적 맹종,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 기복적 사고 등 무수한 부정적인 요소들이 그 근원을 이루고 있다. 지난 세대에서는 선이고 칭송되었을 덕목들이 시대가 변하고 교회의 구실과 그 지도자들이 변질됨에
따라 더 이상 덕목일 수 없게 되었다. 지도자에 대한 개인적 존경이 오염없이 하늘과 직접 닿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도자들뿐이 아니라 일반교회의 성도들의 맹종, 기복적 사고도 세대의 변화와 함께 그 부정적 변화에 일조를 하였다. 알게 모르게 목회자 개인에 대한 존경을 넘어선 우상적 사고, 교회안의 계급적 사고가 한국 교회를 썩어들어 가게 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세상에 보이는 기독교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과 교회자체,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회자나 지도자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형, 초대형 교회뿐이 아니라 일반 소형의 교회속에서도 개인적 우상화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의식, 무의식적으로 그를 추구하기 위해 지도자가 되고, 그것이 그들의 삶의 목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신앙을 계승받아야 할 젊은 세대들은 그 안에 동참하기를 꺼린다. 그런 사고가 한국 교회, 성도, 나아가 사회와 국가도 망치게 된다. 국가와 사회를 바로 잡아야 할 책임이 있는 기독교가 오히려 국가와 사회를 그리고 그 자신을 멍들게 하는 것이다. 본질적인 교회의 기능을 바로 잡기위해서는 그 속에 깊이 오염되어 있는 개인숭배와 계급적사고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 제2, 제3의 비리를 막는 길일 것이고 다음세대에 신앙을 계승시킬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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