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자서 & 여럿이

2011-10-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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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병 렬 (교육가)

색다른 집이 있다. 이 집은 내 집이고 모두의 집이다. 한 덩어리의 건물 안에 여러 세대의 개별적인 주거 공간이 있고, 또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들이 따로 있다. 예를 들면 어린이 놀이방, 도서실, 회식용 식당, 빨래방...등의 시설을 갖췄다. 소개된 것은 아홉 세대용이었고, 그 자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놓고 있었다. 재미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경제력, 교육 수준, 가족 수, 자녀의 연령 등의 제한을 받을 것이다. 또한 주거 연한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각에 동감한다. 산다는 것은 때로는 혼자를 즐기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살고 있다. 나 홀로의 시간은 휴식하고, 자기를 돌이켜보며 깊이 생각하고, 나 자신을 찾는 시간이다. 여럿이 어울리는 시간은 나 자신의 확대이고, 서로 다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색색의 힘을 모아서 이루는 큰 일을 생각하게 한다.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도, 항상 여럿에 섞이고 싶은 사람도 전적으로 어느 한 가지를 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의 세상사가 이 두 가지를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 한 사람의 세련된 음색을 펼치는 개성적인 독창이 있고, 여러 사람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화음의 합창이 있다. 독특한 개성이 반짝이는 개인전이 있고, 하나의 주제로 펼쳐지는 그룹 전시회가 있다. 한 사람의 작품집도 있고, 집단의 작품을 수록한 문학잡지도 있다. 한 사람을 위한 특정 교과의 개인 지도가 있고, 일반적인 학과를 지도하는 학교가 있다. 특정 요리 전문점이 있고, 다채로운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 있다. 일반 사회는 이와 같이 개인과 그룹의 기호를 고려하면서 행사, 시설,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학교도 같은 맥락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개성에 맞는 개별지도가 있고, 여럿의 힘을 모으는 그룹지도가 있다. 그러나 학교생활을 거친 사람의 다름은 무엇보다 단체생활에 익숙한 점일 것이다. 여럿이 어울려서 생활하는 방법을 마음과 몸으로 익히는 학습장소가 바로 학교이다. 학생들 중에는 학과 성적이 우수하지만, 친구가 별로 없고, 학교 행사에 무관심한 듯이 보이는 예가 있다. 반대로 학급이나 학교 일에 열중하는 나머지 자기 자신의 학습 성과에 무관심한 듯이 보이는 학생도 있다.

‘협력’의 중요함을 쉽게 깨닫는 것은 단체 경기 참가자들이다. 배구, 농구, 축구, 야구 등을 놀아본다면 서로 힘을 모았을 때 승리할 수 있음을 체험한다. 이 연장선에 그룹학습이 있다. 여럿의 연구 결과를 모아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는 즐거움을 깨닫게 함으로서 이것이 사회생활이며 세계인의 협력으로 이어짐을 알린다. 자녀나 학생이 하나의 모래알이 아니고, 서로 마음과 손을 잡게 하는 것은 주위에 있는 어른들의 지혜에 달렸다. 잔소리 대신 힘께 놀 수 있거나, 생각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과제를 주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여러 번의 설명보다 한번의 체험이 쉽게 깨달음에 이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항상 여러 사람 속에 있는 것을 즐기지만 구경꾼인 어린이도 있다. 이 구경꾼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가벼운 준비를 하도록 요구함도 효과적이다. “네가 다음에는 모임 포스터를 그려서 붙여 줘”라고. 또다른 구경꾼에게는 “이 책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고,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봐”

우리들이 혼자 있는 시간과 여럿이 있는 시간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휘둘려서 자기 자신을 잃거나, 혼자의 껍질 속에 갇히는 일이 없이 자유롭고 건강한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런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길러지도록 돕는 것이 어른들의 지혜이다. 어린이들의 DNA보다, 성장기의 환경 효과에 무게를 두고 노력하는 것이 학부모나 교육자의 믿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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