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희롱, 나의 권리 찾기

2011-10-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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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뉴욕가정상담소 소장)

미국에서 어학연수나, 대학/대학원 공부 혹은 해외인턴쉽을 경험하고자 어느 때보다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 특히 뉴욕을 찾고 있다.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비영리단체에서도 한 두명씩 한국 인턴을 고용하여 한인사회를 배우면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무척 흐뭇해진다. 한편, 미국회사에 일하면서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또 미국문화나 법을 잘 몰라 억울한 일이 생겨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난감해 하며 웹사이트에 올린 여학생의 글을 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또 생각해 봐야할 것은, 한국에서는 자신감 넘치고 활발하고 유능한 여학생들이 미국에서는 아시안 여성 (Asian American women)으로 비추어지는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 그리고 언어장벽에 부딪히면서 그들의 성적(姓的)권리를 찾지 못하는 점이다.예를 들어 미국의 31개 포르노 사이트중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의 반이상이 아시안계 여성 배우이지만, 그 반대로 아시안여성이 다른 어느 인종들보다 성 강간이나 성희롱을 가장 신고하지 않는다는 연구조사는 한인 여성들이 넘어야하는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라고 하겠다.


뉴욕주에서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동의하지 않는 성적 행동과 요구 등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인 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과도한 신체 접촉, 이에 대한 불응이나 성차를 이유로 학업평가, 고용,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섹스를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일을 방해하거나 불공평하고 위협적인 직업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성희롱에 속하며, 이러한 성희롱은 엄연히 불법으로 정하고, 그것
에 관한 위반규정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현 뉴욕시 감사원장 잔 류의 경우에도 지하철안에서의 성희롱 문제를 ‘quality of life’ 이슈로 생각하고,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도 증거물로 받아주는 정책을 새롭게 하고, 지하철안 감시카메라 설치 등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었다. 2006년에는 뉴욕 NYPD 경찰들이 지하철에 숨어있는 성희롱 가해자를 하루에 5명이나 검거한 적도 있다고 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No Means No” 그렇다. 피해자가 여성이든 남성이든간에 권력이나 힘의 차이에 따라 그 가해자가 여성일 수도, 남성일수도 있다. 문제는 성폭력처럼 성희롱의 많은 경우는 직장동료, 상사, 친구, 학교 선배 등 아는 사람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날로 발전하고 보편화돼가는 휴대폰, facebook, twitter등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익명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언어적으로 성희롱하는 경우도 흔하며 우리 청소년들이 이런 성희롱, 성폭력, 언어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 올해로 미국의 가정폭력방지법 이 1994년에 미국의회를 통과한지 17년이 되었다.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사건이 일어난 날짜와 정확한 내역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한다.

성희롱을 하는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그 위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래도 상황의 진전이 없을 경우, 직장의 인사부나 Union 담당 직원에게 보고 사내 고충처리절차를 거치며, 관련 자료(편지, 이메일, 전화나 Text 등)를 수집, 잘 보관해 두고 모든 사건을(오고 간 말, 행동 패턴, 증거인 이름 등) 철저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전문적 도움을 얻거나 뉴욕주 인권보호국에 연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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