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상록회 분규와 나아갈 길

2011-09-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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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영(전 상록회 회장)

요즘 상록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때 상록회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상록회 분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임회장과 현 회장간의 불협화음, 불법적으로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생기는 분규, 이사들간에 네 편 내 편 편가르기, 회장이 자기편 사람에게 회장직을 이양하려는 자기사람 세우기, 회장에게 불만품은 임·이사들의 회장 흔들기, 회장 사업을 마땅치 않게 여기는 일부 이사들의 방해, 상록농장 회원들의 불만표출 등등. 분규의 형태도 여러 가지이다.

상록회는 1975년 뉴욕 한인회 초대회장을 지낸 서상복 회장이 창립했다. 햇수로 따지면 36년이 되었다. 역대회장 숫자를 따지고 보면 회장대행까지 합치면 20대가 훨씬 넘는 회장단이 배출됐다. 상록회 건물은 플러싱 한복판에 위치한 3층 건물이다. 물론 은행 모기지가 다 끝난 실속있는 건물이다. 2.3층에 주거아파트가 4채 있고 1층에는 제법 큰 강당과 사무실이 있다. 그야말로 단일단
체로는 뉴욕한인회관 다음 가는 규모다. 이런 큰 공간을 소유하고 있으니 분규가 없을 수가 없다. 회장은 임기 2년 단임제여서 연임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근자에는 상록회 회장 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승욱 회장의 회장직 사임이후 대행제제가 몇 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대행에서 또 대행, 도대체 몇 사람이 대행회장직을 수행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행이란 사임한 전임회장의 잔여임기까지가 대행이다. 그런데 참으로 한심한 현실이 지금 뉴욕상록회의 돌아가는 모습이다. 몇 차례에 걸쳐 전직회장들의 조언과 충고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노인들이 가장 걸리기 쉬운 탐욕과 아집이 지혜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사건건 티격태격이다. 물론 물러서서 양보하고 베풀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노인들도 있다.

‘법구경’에는 백발은 나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가 나이를 말한다고 했다. 인생은 70부터라고 하는데 사실 살다보니 그렇다. 70에서 80을 늙은 청춘이라면 80에서 90은 정진하는 노년기이다. 늙어서 서러운데 젊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려야 되겠는가. 품위 있고 고상하게 늙어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뉴욕상록회는 한인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수없이 해왔다. 노인들의 복지향상과 정부 혜택을 알선하는 20여 가지의 사업을 충실히 이행한 단체다. 그러던 단체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너무나 한심하다.

앞으로 뉴욕상록회는 뼈를 깎는 각성과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곧 법정판결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 9월13일 전직회장단 회의에서 전 상록회 이사장이 제출한 상록회 정상화 법정판결이 오는 9월28일 퀸즈법정에서 확정되는 날이다. 부디 이번 기회에 판결이 잘 이루어져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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