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추석잔치 장소변경 오히려 다행일 수도

2011-09-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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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영(경제팀 차장대우)

“공연 발표 직후부터 랜달스 아일랜드 공원국은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문의 공세에 시달렸다. 뉴욕은 물론 전국 각지, 심지어 남미와 유럽에서도 단체 관람과 공원내 캠핑 요청이 쏟아졌다. 결국 감당할 자신이 없어진 공원국이 행사를 불허했다.”

청과협회와 KBS가 추석맞이 대잔치 공연을 오버팩 팍으로 갑작스럽게 변경하면서 밝힌 내막이다.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행사장의 수용 능력을 살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주최측은 원치 않았던 장소변경이 이번 행사를 위해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것이
기자의 개인적인 견해다. 랜달스 아일랜드로의 진입문제는 처음부터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랜달스 아이랜드는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다. 입구에서 공연장까지 1차선 도로는 정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이 섬에서 가장 큰 건물은 수천석 수용이 고작인 아이칸 스타디움. 텐트를 설치해 열렸던 태양의 서커스 공연이 가장 대형 행사에 속하는 수준이다. 처음부터 3만명 이상이 몰릴 공연을 감당할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 이번 해프닝으로 여실히 들어난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양방향 모두 유일한 진입로는 RFK 브리지인데 차량이 몰릴 경우 다리는 물론 그랜드센트럴과 FDR 드라이브까지 극심한 정체가 벌어졌을 것이다. 또한 공연이 끝난 뒤 일시에 나오는 차량들로 섬을 빠져나오는 것만 몇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KBS로서는 무대 배경 그림이 망가져 아프겠지만 참여객으로서는 다행일 수 있다.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이 뉴욕주에서 열렸을 때 주최측은 10만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실제 참여 인원은 몇배나 많았다. 공연장으로 가는 유일한 도로에 차량이 수십마일 꼬리를 이었다.

차를 포기하고 걸어가는 사람이 속출했고 마지막 차량이 겨우 도착했을 때는 3일 일정의 공연이 거의 끝나있었다. (공연장으로 가다가 주저앉은 사람들의 스토리로 만든 영화가 앙 리 감독의 2009년작 ‘Taking Woodstock’이다)
우드스탁이 무료야외공연의 절정이었다면 같은 해 열린 롤링스톤즈의 알타몬트 공연은 그 끝이었다.

공연장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미국에서 무료야외공연 시대는 한동안 막을 내렸다.(다큐멘터리 ‘Gimme Shelter’ 참조) 그래서 티켓 발부와 선착순 입장을 통해 좌석과 인원수를 제한하겠다는 주최측의 계획은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2PM과 동방신기가 출연하는 공연에 뉴욕필의 센트럴 팍 공연같은 질서와 차분함을 기대 하는 것은 무리다. 어느 정도의 혼란과 무질서 그리고 불편은 감수할 각오가 있어야 맘 편히 행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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